[데스크라인]공익의 함정

요금 문제로 통신방송 업계가 시끄럽다. KBS는 시청료 인상을 추진한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요금 인하 압력이 들어갔다. 양측 주장의 핵심은 ‘공익’이다. 그러나 공익의 개념이 모호하며 실체도 없다. 멀리 내다보면 되레 공익을 해친다.

 시청료 논쟁은 공익 개념의 혼란을 그대로 보여준다. KBS는 디지털방송 전환을 위한 재원 마련과 공익적 프로그램 제작 확대와 난시청 해소를 위해 시청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시청료를 26년간 묶었다는 건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현실에 맞게 올릴 것은 올려야 한다.

 그러나 인상 목표인 ‘공익’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시청자 요구와 유관산업 발전을 위해 디지털방송 전환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그런데 KBS를 비롯한 지상파방송사들이 언제부터 디지털방송 전환에 적극적이었던가. 디지털TV 전송규격 논쟁으로 정부의 전환 정책에 발목을 잡았던 건 누구인가. 뒤늦게나마 태도를 바꿨으니 다행이나 그 재원을 모두 시청자에게만 떠맡기는 게 옳은가.

 공익 프로그램과 난시청 해소는 공영 방송에 주어진 의무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우습다. 공익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말은 거꾸로 그동안 공익 프로그램이 적었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공영방송사가 할 말은 아니다. 적은 이유를 알 만하다. KBS의 수신료 수입 비중은 40%이나 BBC는 77%, NHK는 92%다. 그만큼 KBS는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셈이다. 광고를 하는 방송사를 공영방송으로 볼 수 있나. 공익 프로그램 확대는 광고를 하는 KBS2 채널 문제부터 푸는 게 올바른 길이다. 공익 목적상 TV 채널 두 개가 꼭 필요하다면 KBS2의 광고부터 없애야 한다. 그 다음에 시청료 인상이나 정부 지원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난시청 해소도 그렇다. KBS가 지금까지 난시청 해소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겠지만 대다수 시청자는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통해 KBS를 본다. 난시청 해소의 주체가 KBS인가, 유료방송사인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보수적 시민단체나 정치권은 정권 편향적 보도와 방만한 경영을 문제삼았다. 이러한 주장도 수신료에 대한 합리적인 논쟁을 가로막을 수 있다. 경영이 방만하다면 모를까 보도의 공정성 논란은 수신료 인상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요금 논쟁은 ‘과연 공익이 뭔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가계 통신비 부담 증가, 사업자의 폭리 구조, 막대한 마케팅 비용 등을 들어 이동통신 요금을 대폭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86%가 넘는 국민이 휴대폰을 쓰는 상황에서 요금 인하는 분명 공익적이다.

 그런데 요금 인하만이 꼭 공익에 부합할까. 요금을 내리면 가뜩이나 시장 포화에 다다른 통신사업자들은 현재와 미래의 망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통신 투자 기반이 약화하면 지금도 어려운 단말기, 장비, 콘텐츠 등 후방산업계는 더한 어려움에 처한다. 통신 수익을 소비자에게 직접 돌려주는 것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을 키워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 중에 과연 어떤 것이 더 공익적인가. 합리적인 통신 소비가 없는데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요금 인하로 연간 수조원의 가계 통신비를 절감할지 미지수이나 그렇다 해도 절감액이 과연 얼마나 생산적으로 쓰일까.

 통신사업자는 분명 KBS와 같은 공기업이 아니다. 그러나 이윤만 추구하며 공익을 외면하는 집단도 아니다. 사회공헌을 빼더라도 외국에 비해 싼 요금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공익적이다. 공익을 달성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다. 그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공익 요구는 자칫 공익을 더 해칠 수 있다.

◆신화수 u미디어팀장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