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질적전환이 IT위기 해법이다

 양질 전환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많은 양이 쌓이다 보면 특정의 과정을 거쳐 어느 단계에 이르면 급작스럽게 질적으로 상승하고 변환된다는 것이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그래서 공산주의자들은 공산혁명이 사회를 진화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사회나 국가가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변화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로 남아 있다.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이 돌을 뚫듯이, 사회를 바꾸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어야만 사회는 발전하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기반으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정보화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와이브로·위성DMB 등으로 장소와 상관없이 TV는 물론이고 인터넷까지 값싸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은 전 세계 IT 유목민들에게는 말 그대로 지상천국이며, IT코리아는 한국의 현 모습을 설명하는 아이콘이 됐다. 그러나 벌써 IT코리아 위기론이다. 아날로그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의 전환에 맞춰 우리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선 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더욱이 앞으로 10년에 대한 뚜렷한 대책도 없기에 문제의 심각성은 적지 않다. 위기론은 정보화사회가 질적인 진화보다는 양적인 확대에 급급하고 이로 인한 포화상태에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화 포화상태를 탈피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만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다.

 IT위기론의 실체는 올 초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쫓기는 샌드위치 위기론으로 구체화됐다. 양적 성장의 신화를 일궈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폰산업 등 IT삼총사의 수익악화는 샌드위치 위기론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다. IT코리아는 현재 위기를 맞고 있는 이들 세 분야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바퀴를 돌려야 하는 자전거처럼, 지속적으로 막대한 투자와 함께 원가를 절감하고 단위생산성을 높여야만 생존할 수밖에 없다는 데 우리나라 IT산업의 한계가 있다. 얼마나 싸게, 많이 만들어 파는지가 생존의 관건이다. 20년 전 우리가 세계를 호령했던 PC산업이 순식간에 몰락한 것처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폰도 똑같은 과정을 답습하고 있는 것 아닌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최근 퀄컴과 브로드컴의 특허싸움으로 퀄컴 칩을 장착한 한국산 휴대폰이 미국에 수출되지 못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것도 우리 IT산업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우리 경제에 중차대한 문제인데도 우리 기업은 대책 없이, 미국의 두 회사가 알아서 해결해주기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내 운명을 내가 아닌 다른 쪽에 맡겨놓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바로 양적 성장에만 치우쳐온 IT코리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따라서 이제는 질적인 성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IT산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우리 기업들도 퀄컴이나 돌비·마이크로소프트처럼 지식재산권과 브랜드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선진형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미래에 대한 투자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지도자들은 정치싸움에만 몰두하고 있고, 정부 또한 이 같은 분위기에 휩싸여 우리의 미래에 대한 준비에 소홀한 듯하다. 올 들어 우리나라 산업정책이 현재의 성과를 치장하는 데 급급하고, 차세대 먹거리산업의 발굴이나 육성을 위한 정책의지를 전혀 찾아보기 어렵다는 소식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작지 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근시안적이고 소아병적인 태도를 버리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으로 우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보화시대 다음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이의 해답을 찾는 것이 바로 위기의 IT코리아에서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양승욱 편집국 부국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