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심형래와 스필버그

 바보 ‘영구’가 또 한 번 세상을 웃기고 있다. 심형래씨는 지난 80년대 바보 영구를 캐릭터로 슬랩스틱 코미디의 황제로 군림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디 워’라는 SF영화를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디 워는 심형래씨가 감독하고 제작했으며 그가 경영하는 영구아트가 컴퓨터그래픽(CG)을 맡았다.

 얼마 전 가진 디 워 시사회장에서는 여러 가지 우려와 걱정이 쏟아져 나왔다. 아무래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트랜스포머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심형래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악연이다. 그가 첫 작품 ‘용가리’를 내놓았을 때,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에 압도됐다. 스펙터클하고 사실적인 티라노사우루스 CG는 용가리를 어설픈 장난감처럼 보이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에는 현란한 변신 로봇 트랜스포머가 이무기를 기선제압하는 양상이다. 트랜스포머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됐지만 디 워는 아직 개봉도 안 됐다. 스필버그와 심형래라는 개인의 브랜드도 하늘과 땅 차이다. 모든 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우려와 걱정이 터져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우려와 비판이 지나쳐 비난에 가까운 질책으로 들리기까지 했다. 세계적인 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필버그와 비교돼야만 하는 그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주위의 지나친 걱정을 웃음과 해학으로 받아넘겼다.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한 마디로 진중하기만 하던 시사회장을 일순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난처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개그가 아니다. 격려와 칭찬보다 우려섞인 비판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보내는 화살이다.

 월스트리스 저널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애플의 아이폰을 연일 대서특필하기에 여념이 없다. MP3플레이어계를 정복한 아이팟에 이어 거대한 통신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며 호들갑이다. 정치인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깐깐한 게 미국 언론이다. 반면에 아메리칸 드림과 이를 성취한 스타에 대한 대접은 지나치리만큼 융숭하다. 스타이기 전부터 스타 대접부터 해주는 게 이들의 자세다.

 우리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이들에게 인색하다. 언제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최경주는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스타다.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PGA 세계 랭킹 5위에 오르는 빛나는 업적을 쌓았다. LPGA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세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이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에만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을 뿐이다. 정작 어려울 때 격려를 보내기보다는 걱정을 앞세웠다. 심지어 냉대까지 했다. 오랜 슬럼프에 빠져 있던 박세리가 LPGA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는 소식은 외신을 통해서 알았다.

 심형래·최경주·박세리 이들 세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갈 때 모든 것을 버리고 미국에, 세계에 도전했다. 범인들로서는 한국에서도 정상에 오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하물며 국내 최고의 자리를 박차고 다시 밑바닥부터 새로 시작하다니. 이들은 불굴의 도전정신만으로도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결과는 그 다음 문제다. 다행히 최경주와 박세리는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또 한 번 정상에 올랐다. 한국이 아닌 세계 무대에서다. 스타로, 영웅으로 대접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심형래씨와 디 워는 비평이 어떠하든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미국에서 무려 1500여개 극장에서 동시 개봉된다. 한국 영화 사상 이런 예는 없었다. 세계를 향한, 새로운 것을 향한 그의 열정과 노력은 이것만으로도 인정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개인적인 자질이나 능력, 디 워의 작품성을 떠나 천재일우의 기회를 획득한 그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그가 또 한 번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성호 디지털산업팀장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