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통조림 휴대폰

 산업화의 과정에서 식품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통조림은 중요한 획을 그었다. 수송과 사용이 편리하고 식품 저장에서 혁명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통조림은 근대 군량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금도 갖가지 통조림이 밥상에 오르고 간편 식품의 대표주자로 손 꼽힌다.

 통조림의 장점을 들자면 많다. 먼저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꽁치 통조림은 꽁치의 포획시기와 관계없이 언제나 즐길 수 있다. 호텔이나 뷔페식당의 요리처럼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소비만 있다면 제철 요리를 담아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또 싸다. 대량생산이 나은 결과다. 할인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천연식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 생산과 유통의 혁명을 가져온 대표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IT기기의 최고상품으로 각광받는 휴대폰도 통조림 생산·유통방식을 적용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노키아식’이다. 노키아의 휴대폰은 동일 플랫폼을 사용한다. 따라서 모듈부품만 있다면 간단한 라인 설치로 세계 어디에서든 생산이 가능하다. 이른바 찍어내는 통조림식 생산방식이다. 이러한 생산방식은 통조림과 같은 효과를 유발한다.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공장설립이 쉬워 세계화에 용이하고 무엇보다 싸다. 곧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조림식 노키아 휴대폰의 경쟁력이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명품을 찾는 이에게 통조림은 큰 매력이 없다. 통조림의 ‘명품’을 거론하기 마땅치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통조림에 질려하는 소비자는 천연식품을 찾게 마련이고 천연식품은 곧 ‘명품’이 된다. 그것이 곧 한국 휴대폰이다.

 한국 휴대폰산업이 실적과 이익의 기로에 서면서 선택한 것이 통조림식 휴대폰이다. ‘명품의 삼성’이 저가 통조림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예전에도, 지금도 삼성의 휴대폰은 명품 이미지를 입고 있었다. 희귀성 때문이 아니다. 디자인과 기능에서 최고의 상품이고 마케팅 역시 명품으로 일관돼 왔다. 굳이 ‘아르마니’를 입히지 않아도 훌륭한 명품이다. LG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양사 모두 뒤늦게 ‘통조림식’ 저가 시장에 뛰어들었다. 생산방식을 두고 선점과 후발을 논하기가 우습지만 시장의 결과는 다르다. 이제 후발의 처지에서 선점업체에 대한 도전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는 국면이다.

 이를 두고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 경쟁사의 실적과 이익은 저만치 가는데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이 마땅치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정보통신총괄의 그룹 감사로 변화의 옷을 입었다. LG는 모바일 조직의 혁신으로 전투태세를 갖췄다. 이 같은 변화에는 당장 눈에 보이는 시장의 답답함도 있을 것이다.

 고전하는 한국 휴대폰 산업에서 가장 답답한 사람은 기업 담당자들이다. 시장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부류는 역시 경영층이기 때문에 그들의 결정이 우선할 수밖에 없다. 고민도 전략도, 그들이 가장 많이 했고 많이 가지고 있다. 호사가들의 입방아는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때로는 ‘단견’이 ‘고민’보다 나을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굳이 하나 염려스러운 게 있다면 시장은 변한다는 것이다. 통조림 휴대폰이 각광받는 때가 있고, 명품이 빛을 발할 때도 있다. 또 시장도 다르다. 종합 휴대폰 회사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명품으로서의 노력이 ‘통조림’으로 인해 한낮 물거품이 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돌고 도는 것 또한 ‘산업의 유행’이다.

 명품으로 가느냐, 통조림으로 가느냐에 대한 담론은 이제 의미가 없다. 단 미래시장을 놓치지 않는 지혜의 전략이 필요하다. 위기와 기회는 한 통조림 속에 있기 때문이다.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