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와이브로 해법은 해외에서

 가입자 한 명 유치에 3000만원. 와이브로 얘기다. 월 2만∼3만원 내는 가입자를 끌어들이려고 대형 승용차 값을 쓴다니 무슨 말인가. 상용화한 지 13개월 넘은 현재 가입자는 3만1000여명이다. KT와 SK텔레콤의 투자규모는 주파수 이용대가를 포함해 1조원을 웃돈다. 순수 네트워크 투자다. 단순 계산해도 가입자 1인당 3000만원 이상을 쓴 셈이다.

 물론 통신은 선 투자 산업이다. 어떤 통신서비스도 처음부터 가입자가 급증하지 않는다. 네트워크 투자가 어느 정도 이뤄진 다음에 늘어난다. 2세대(G)와 3세대 이동통신이 그랬고 초고속인터넷도 마찬가지였다. 와이브로처럼 상용화 1년이 넘도록 가입이 저조한 서비스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현재로선 난망이다. 경쟁 관계인 3G 이동통신의 성장세가 워낙 강해 비빌 언덕이 없다. 고작 결합상품의 구색용으로 전락했다.

 아직 섣부른 판단이지만 지금까지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은 실패했다. 정부도 일부 인정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가입자 전망치를 애초 예상치의 10분의 1 수준으로 확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5월 수정한 올해 예상 가입자 수는 6만 4000여명, 내년에는 53만명이다. 내년 말 기준으로도 가입자 1명 유치하는 데 수백만원을 쓰게 된다.

 정부가 너무 의욕만 앞섰다느니, 사업자가 사업 의지가 없다느니 말도 많지만 급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다.

 이쯤에서 접자는 의견도 있지만 너무 이르다. 아직 가능성은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최근 붐이라고 할 정도로 도입이 활발하다.

 해법도 있다. 서비스 장애물을 제거해 사업자의 의욕을 하루빨리 불러일으키는 길이다. 두 사업자는 당분간 와이브로 수요가 활성화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초고속인터넷을 언제 어디에서든 접속할 수 있는데 와이브로에 눈길이 가겠는가. 더욱이 서비스 지역이 많지 않고 단말기도 적은데다 이동전화를 별개로 써야 하는데 가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3G라는 대체제가 있으니 더욱 그렇다.

 최근에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7월부터 결합상품이 나왔으니 일단 음성통화 문제를 조금 해결했다. 관련 기기도 최근 다양해졌다. 3G 이동통신과의 경쟁은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다. 문제는 투자 부담이다. 사업자는 연내 전국 23개 도시 이상에 쏟아부어야 할 네트워크 투자가 무척 부담스럽다. 더욱이 1단계 장비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성능도 우수한 2단계 장비가 연말 이후 쏟아져나올 예정이다.

 그렇다고 정부와의 약속을 어길 수도 없고 사업자는 진퇴양난이다. 어차피 투자할 건데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달라는 사업자의 주장을 이해하지만 정부는 물론이고 정부와 사업자만 믿고 따른 장비업계와의 무언의 약속도 지켜야 한다. 발상을 한번 바꿔보면 어떨까.

 통신사업자에 글로벌화가 화두다. 남중수 KT 사장은 옌하이저우 이동통신사업의 성공을 발판으로 ‘제2의 NTC’를 찾는 데 직접 나섰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의 직책은 아예 최고성장책임자(CGO)로 글로벌 사업 확대에 집중했다. 하지만 내수 성격이 강한 통신서비스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다. 그런데 와이브로 쪽엔 기회가 많다.

 해외 각국 정부와 사업자가 와이브로에 관심을 갖지만 노하우도, 투자 여력도 없다. 둘 다 가진 KT와 SK텔레콤이 손길을 뻗친다면 쉽게 사업권까지 따낼 수 있다.

 국내 장비업체와 공동 진출을 전제로 해외 투자를 국내 투자에 준하는 것으로 인정해주면 어떨까. 국내 와이브로 장비업계도 글로벌 사업기회를 얻게 돼 나쁠 게 없다.

 국내 투자 부담만 덜면 와이브로 사업자엔 숨통이 트인다. 현 서비스 지역에 투자와 마케팅을 집중해 붐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은 어떻게든 와이브로 수요를 활성화할 것인가 정부와 사업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다. 잠재력이 풍부한 와이브로를 사업 개시 2년 만에 자취를 감춘 시티폰 사업의 전철을 밟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신화수 U미디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