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6년 미국 남부 애틀랜타의 한적한 시골 읍내 야콥약국에 늙은 약제사 존 팸버턴이 들어왔다. 그는 자신이 제조한 맛이 독특하고 향기로운 시럽의 조제 비법을 팔기 위해 이 약국의 약사인 아서 캔들리와 상담을 시작했다. 상담은 한 시간 만에 타결됐고 팸버턴은 마차로 가 큰 주전자와 메모지를 가져와 약사에게 주었다. 약사는 내용물을 확인한 다음 500달러를 지급했다. 당시 약사가 치른 500달러는 자신이 모은 전 재산이었으며 그가 산 것은 오늘날 세계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코카콜라의 제조 비법이었다.
얼마 전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인터브랜드는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해 발표했는데 코카콜라가 작년보다 3%가량 떨어졌는데도 653억2400만달러로 여전히 세계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MS(587억9600만달러), IBM(570억9000만달러), 제너럴일렉트릭(515억6900만달러), 노키아(336억9600만달러), 도요타(320억7000만달러), 인텔(309억5400만달러) 순이다.
코카콜라는 맥도널드와 함께 미국의 상징으로 불린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외교관계를 맺기 전에 그 나라에서 먼저 팔리는 것이 코카콜라다. 심지어 아직 수교 관계가 없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코카콜라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재산권 등 특허가 기업경영의 주요한 화두가 된 요즘에도 코카콜라는 원액 제조비법의 특허를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특허를 내면 일정 기간 동안에는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비법이 공개된 다음 보호기간이 끝나면 아무나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사는 사주 세 사람이 원액의 비법을 각각 일부분씩 나눠 갖고 있고 그들은 같은 시간 같은 대륙에 머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번 글로벌 브랜드 순위 발표에서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전년보다 4% 상승한 169억달러로 21위를 차지했고, 현대자동차는 45억달러 72위, LG전자는 31억달러 97위를 기록했다. 특히 구글은 브랜드 가치가 무려 44%나 올라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구글은 원래 이름이 구골(googol) 즉 10의 100승인 무한대를 의미하는 단어로 될 뻔했는데 같은 이름이 이미 특허를 내고 있어 바꾼 게 대박을 터트린 경우다.
브랜드는 기업의 얼굴이다. 이는 브랜드가 상품의 특성과 가치뿐 아니라 품질과 성능, 기술력의 평가,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하게 될 사회적 책임 등을 포함한 모든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 글로벌 기업은 ‘파워 브랜드’ 육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100대 브랜드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이 53개로 1위고, 독일이 10개로 2위, 프랑스와 일본이 각각 8개로 3위, 스위스와 영국이 5개로 5위, 한국과 네덜란드가 3개로 공동 7위를 기록하고 있다.
브랜드는 기술력의 동반이 필수다. 이른바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가 100대 브랜드에 단 3개 기업만 등재돼 있다는 사실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언제 어디서든 터진다’는 의미의 애니콜이 꺼져가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살린 것은 물론이고 삼성전자를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진 얘기다.
애니콜 예에서 알수 있듯이 브랜드 하나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가른다. 특히 소비자에 직접 소구하는 기업일수록 브랜드가 갖는 가치는 더 크다. 그래서 ‘잘 키운 브랜드 하나, 열 공장 안 부럽다’고 하지 않는가.
한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IT분야에서 더 많은 글로벌 파워 브랜드가 탄생하길 기다린다.
홍승모팀장@전자신문, sm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