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혼자 뛰는 경기 1등하면 뭐하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산소다. 사람이 숨을 쉬는 데 산소가 없으면 살 수 없듯이 기업이나 개인이 누구이든 MS의 운용체계(OS)를 이용하지 않고는 어떤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이테크 기업 전문 르포라이터인 데이비드 캐플런은 그의 저서 ‘실리콘밸리 스토리’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업체 관계자들은 MS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MS가 아직 개발하지 않았으며 현재 취급하고 있지도 않고 그리고 미래에도 제발 개발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하는 분야의 소프트웨어만을 만들기를 바랄 뿐이다’ 이 얼마나 절박한 외침인가.”

 얼마 전 유럽연합 제1법원은 EU집행위와 MS의 반독점 분쟁에 대해 집행위의 반독점 벌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결해 9년여에 걸친 지리한 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날 법원은 판결문에서 ‘MS가 컴퓨터 OS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점이 인정된다’며 2004년 사상 최대 규모인 4억9700만유로(6억13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사실에 정당성을 확인해줬다.

 1975년 빌 게이츠가 동료 폴 앨런과 함께 차린 MS는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이 없는 직원 35명의 보잘 것 없는 회사였다. 이후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에 위협을 느낀 MS가 웹 브라우저 시장으로 눈을 돌렸을 때는 이미 넷스케이프가 확고하게 장악한 상황이었다. 다급해진 MS는 웹 브라우저 코드를 확보하기 위해 스파이글라스와 계약을 하고 익스플로러를 출시하지만 웹 브라우저 시장의 ‘넷스케이프 아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윈도95’에 익스플로러를 살짝 끼워 넣는 수법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고 만다. 이 끼워 팔기가 MS의 반독점 위반의 시발점이다.

 반독점법이란 소비자의 이익 보호와 공정한 상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제정되는 법률로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에 해당한다.

 문제는 MS의 윈도가 전 세계 OS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다른 OS가 아닌 윈도에서만 작동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 당연히 소비자는 윈도가 탑재된 제품을 살 수밖에 없으며 MS는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다.

 비록 공개 소프트웨어 리눅스가 91년부터 일반에 보급되고 있다고는 하나 15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OS 시장에서 ‘윈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MS는 반독점 소송을 무마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합의금 명목으로 치러해왔다. 이 액수는 MS가 윈도95의 성공 이후 윈도98·윈도XP·윈도2000, 최근의 윈도비스타까지 OS의 업그레이드로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그야말로 ‘껌값’에 해당하는 돈이다.

 사실 MS는 반독점으로 벌어들인 엄청난 수익에 부담을 느끼고 개발도상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기술을 증진시키는 이매진컵 대회 주최 등 다양한 사회 공헌활동을 해 왔지만 OS 시장에서의 불공정으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번 판결을 두고 토머스 바넷 미 법무부 독점금지국 차관보가 “EU의 결정은 기업 혁신과 소비자 권익에 반하는 중대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난하는 등 행정부과 재계가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는 점도 전 세계 국가를 시장으로 하는 MS에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반감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혼자 뛰어서 일등하는 스포츠 경기가 무슨 의미를 가질까. 모든 경쟁은 동일한 조건에서 공정한 룰이 적용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이 상대(경쟁자)가 없는 경기는 좋은 기록을 낼 수 없다. MS의 ‘상도의’ 위반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MS가 단지 ‘미국 기업’의 차원을 넘어 지구에 꼭 필요한 산소와 같이 전 인류와 기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세계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홍승모 글로벌팀장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