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인 이한구 의원은 이명박 대선후보의 주요 공약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 후보가 대표 공약으로 내놓은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대규모 토목공사로 내수 경기를 부양하자는 것보다는 선진국형 경기진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토목 출신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아예 ‘연 7% 경제성장, 10년후 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이라는 대한민국 747 공약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제과학기업도시 건설은 과학기술강국과 연계성이 부족하며,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공급이 서민주거권 완전보장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도 비판했다. 특히 IT공약으로 준비 중인 u코리아 내용은 현 정부보다 부실하다고 적시했다.
당이 발칵 뒤집혔다. 후보의 대표 공약을 폄하하고 무시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면 오히려 상대 당을 이롭게 하는 ‘해당행위’라는 극언까지 나왔다.
후보 경선이 격화되면서 네거티브 전략을 경험한 탓일 수 있다. 경쟁 후보가 이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들 사이에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후보는 아직까지 지지율 50%가 넘는 유력 주자다. 그래서 그의 공약은 더욱 중요하다. 당선되면 곧바로 정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치열한 비판과 검증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인기영합주의식 정책이 있다면 이제라도 손을 봐야 한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오히려 이 의원의 지적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 의원이 누구인가. 공당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정책위 의장이다. 대기업 경제연구소장 출신답게 경제에도 해박한 논리를 갖고 있다. 지식산업인 IT에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자신이 속한 당의 u코리아 비전을 질타했다. 정책위 의장이 후보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u코리아 비전은 현재와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지칭되는 IT 분야의 공약이다. IT는 NT·BT 등과는 달리 제조·서비스업에 파급력이 강한 분야다. 자동차·조선과 함께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 축으로 떠오른 산업이기도 하다.
이 의원의 지적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 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는 한 교수는 “이 의원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면서 “IT공약도 새롭게 가다듬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 후보 주변에서는 이미 큰 그림이 그려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규제 홀리데이니 산업진흥책이니 부처개편 등의 얘기도 나오고 있다. 차기 IT 과제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 정부의 IT839 정책을 뛰어넘는 ‘작품’ 얘기도 흘리고 있다.
하지만 비전에만 머무를 게 아니라 구체적인 공약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현재의 먹거리산업이면서 10년, 20년 후의 먹거리도 될 수 있는 그런 공약을 내달라는 말이다. 산업 진흥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요구다. 예컨대 교환기·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등을 이을 차세대 먹거리를 만들라는 것이다. 와이브로가 될 수도 있고 SW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4세대 선도기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주문은 물론 대통합신당 정동영 후보와 여타 후보에게도 해당된다.
바야흐로 대선시즌이다. 대선후보들의 면면이 드러난만큼 상호비방보다는 치열한 정책토론에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어떤 후보든 공약이 튼튼해야 나라의 미래가 밝다. 인기에 영합하거나 선언적인 공약은 사양한다. 이제는 더욱 구체화한 먹거리 마련을 위한 실천 공약까지 내놓아야 한다. 후보들이 직접 공약을 챙겨야 할 차례다. <박승정 솔루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