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생산(수출)과 벤츠 시장을 비교하자. 한 예로 디 워의 기술력은 포니의 의미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콘텐츠 시장이 포니와 벤츠 시장처럼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에선 냉정하게 봐야 한다.”
국내 CG 기술력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이인호 매크로그래프 사장이 내놓는 비유법이다.
자동차 포니의 국내 생산 및 수출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포니의 엔진과 핵심 부품은 우리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포니의 가치가 없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거기다 자동차 시장은 포니와 벤츠 시장이 구분돼 있어, 충분히 승부를 해 볼 만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그리고 성공했다.
CG의 국산 기술을 얘기할 때도 고려 사항이 있다. 소프트웨어 대개가 외산인데 거기서 말하는 ‘우리 기술’이 갖는 의미다. 좀 냉정히 말하면 “우리 엔지니어들이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핵심 외산 소프트웨어를 보다 잘 다루어 만든다는 것. 어찌 보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평가가 현실적이다.
그러나 포니의 엔진과 핵심 부품이 외산이다 해도 평가절하할 수 없듯, 국내 CG 기술력도 마찬가지다. 특히 디 워의 CG는, CG 구현 전체를 외국 기업에 맡긴 괴물보다 한발 더 나갔다.
문제는 콘텐츠 시장의 특성이다. 콘텐츠 시장은 포니와 벤츠처럼 명백히 구분되는 자동차 시장과 다르다는 데 있다. 포니와 벤츠를 좀 더 나은 기술과 자본이 투여된 결과물로 비교하자면, 콘텐츠 시장은 모두 벤츠 소비자만 있다. ‘포니 영화’와 ‘벤츠 영화’가 구분되지 않는 시장에서 CG를 평가하는 소비자의 눈높이는 이미 최고에 맞춰져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냉정한 평가와 동시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매크로그래프·디티아이·포타지 등 국내 컨소시엄이 수주한 ‘금지된 왕국(포비든 킹덤)’의 CG는 홍콩, 캐나다 컨소시엄을 눌렀다. 가격면에서도 우리 컨소시엄이 제시한 가격이 몇 배 더 높아 기술력으로 인정받았음을 보여줬다. “우리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한 CG 기술력을 갖추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는 이 대표는 “CG 분야가 연구개발(R&D)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탐사기획팀=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김규태·한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