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의 광맥 `SF`](3부)CG로 승부 걸어라

[콘텐츠산업의 광맥 `SF`](3부)CG로 승부 걸어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CG 기술 적용 현황

 ‘영화 괴물의 주인공은? 송강호가 아닌 괴물. 디 워의 주인공은? 세라가 아닌 브라퀴.’

 이런 문답은 일면 틀리지 않다. 괴물 제작비 130억여원 중 괴물을 구현하기 위해 쏟은 돈은 무려 50억여원에 달한다. 출연진 개인 개런티와 비교가 안 된다. 괴물보다 제작비가 두 배 이상 들어간 디-워 역시 제작사 측이 정확한 비용을 밝히지 않지만, 브라퀴가 탄생하기까지 들어간 자본은 괴물의 비례와 다르지 않다는 추측이다.

 SF 영화의 대부로 평가받는 스타워즈. 이 영화의 CG팀이 독립해 1986년 설립된 픽사는 1000만달러 규모로 출발했다. 2006년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기 위해 치른 돈은 74억달러였다. 이 정도면 컴퓨터그래픽(CG)의 의미, CG 힘으로 태어난 존재들의 ‘가치’를 설명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영화에서 특수효과를 의미하는 FSX나 시각효과 측면에서 말하는 VFX 등을 포함하는 컴퓨터그래픽(CG)은 영화든 게임이든 방송이든 SF산업에서 뗄 수 없는 필요조건이 된지 오래다. SF애니메이션 ‘원더플 데이즈’ 제작에 참여한 박영민 인디펜던스 상무는 “(VFX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VFX가 없으면 영화가 안된다. 이게 없다면 피터 잭슨(‘반지의 제왕’ 감독)이 가능했겠나?”라고 되묻는다. VFX는 상상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핵심 동력이라는 설명이다.

 SFX-SF, 같은 거 아냐?=FSX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본지가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실시한 SF 관련 설문에서 나타난다.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SF장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24.6%는 ‘특수효과를 중심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 SF물이 해외 SF물 대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50.8%) 사람들이 ‘CG 등 특수효과가 뛰어나서’라고 답했다. 이 정도면 CG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은 SFX를 SF와 동일시하는 경향, 그리고 SFX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 전문가들은 ‘디 워’를 SF 장르로 보지 않으나, 일반 관객들은 SF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디 워에서 구현한 CG 기술이 주는 효과 때문이다.

 절대적 발전은 했으나=그렇다면 국내 CG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영화에서 SF 장르로 불리는 괴물(비록 CG를 외국기업이 담당했으나)이나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애니메이션 영화 ‘원더풀 데이즈’ 등을 볼 때 괄목할 만 성장을 했다는 평가다. 국내 최초의 2D와 3D 기술이 함께 사용됐다. 국내 실사영화에서 CG 기술이 제대로 적용된 사례가 지난 1994년 ‘구미호’라고 할 때 국내 영화의 CG 역사는 이제 10년을 지났을 뿐이다.

 그럼에도 지난 2007년 세계 최대 컴퓨터그래픽 전시회인 시그라프에서 국내 기술은 극찬을 받았다. 당시 ETRI팀이 개발한 CG 기술에 대한 평가는 ‘할리우드의 90%에 육박한다’는 수준까지 나왔다. ETRI가 개발한 CG 기술이 적용된 영화 ‘중천’도 흥행과 무관하게 CG에 대한 평가는 매우 높았다. 대종상 영화제에서 영상기술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종사자들은 이런 현실에 대해 다소 냉정하다. 이인호 매크로그래프 사장은 “절대적인 성장은 눈부시다. 그러나 여전히 할리우드 2∼3년 전 기술을 뒤쫓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박영민 상무도 “독창성이 부족하다. 카피 전략은 안 먹히는데 여전히 그 수준이다”라고 평가한다.

 ◇한 고개를 더 넘자=전문가나 CG 관련 종사자들이 말하는 한계는 R&D의 한계다. 이는 곧 영세 자본과 노동집약적인 형태의 산업 구조로 이어진다. 국내 CG 관련 기업은 수십 여 개에 달하지만, 이중 인력이 30∼50명 정도인 기업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기업 자체적으로 연구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ETRI에서 CG 관련 기술 개발을 해오다 올해 연구소기업으로 설립된 매크로그래프 이인호 대표는 “우리 소프트웨어 개발이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를 수정, 개발하면서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책적으로 개발된 국책 기술을 상용소프트웨어로 만들어 일반 엔지니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프리 프로덕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 상무는 “제작 전에 감독과 엔지니어들이 화면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야 하지만 지금은 닥쳐서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CG 기술력의 중요성은 산업 성장을 읽을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으로 전환할 시점에 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탐사기획팀=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김규태·한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