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워런 버핏이 남긴 교훈

 실리콘밸리 우드사이드에 있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의 집은 쇠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나무못만으로 지어졌다. 엘리슨의 집은 선종 계통의 승려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체 넓이만 22에이커나 된다. 1에이커가 축구장 두 개 정도 넓이니 그 규모가 상상이 안 된다. 집 안에는 거대한 연못과 수영장은 물론이고 양궁장까지 있다. 이 집은 일본 밖에 있는 건축물 중 가장 일본스러운 저택이라고 한다.

 또 엘리슨에게는 무려 192피트 높이의 요트 ‘사쿠라’와 경주용 요트 ‘사요나라’가 있다. 사쿠라는 미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자가용 배다. 그는 종종 이 요트의 탑승권을 자선 바자회에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엘리슨은 또한 굉장한 비행기 수집광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평생을 써도 다 쓸 수 없을 만큼의 부를 소유한 억만장자들의 소망은 무엇일까. 제일 먼저 갖고 싶은 것은 마치 성을 연상시키는 대저택이고 두 번째가 푸른 바다를 유유자적 누빌 수 있는 요트라고 한다.

 이런 억만장자들의 취미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헬리콥터와 미니 잠수함이 새 기호품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보다 욕심이 더 많은 사람도 있다. 영국 첼시 축구단의 구단주인 러시아의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아예 헬리콥터 두 대를 실을 수 있는 요트를 유로콥터 측에 주문했다고 한다. 대저택과 요트·헬리콥터는 가지고만 있어도 1년 유지비용이 웬만한 샐러리맨의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다.

 엘리슨이나 아브라모비치는 모두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우선 엘리슨은 그가 태어났을 때 어머니는 열아홉 살의 미혼모였으며 아버지는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얼마 후 엘리슨은 유태인 가정에 입양됐고 열두 살에 자신의 과거를 알고는 청소년기를 방황으로 보냈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남부의 세력가였던 아버지가 권력 싸움에 패한 뒤 고아가 됐으며 결국 숙부에게 양자로 가 그 역시 불우한 유년시절을 겪었다.

 투자의 귀재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세계 네 번째 부자 워런 버핏은 재산이 599억달러나 되지만 아직도 낡은 집에 살면서 오래된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을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바 있다. 그는 헬기나 잠수함은커녕 50년 전 3만1500달러를 주고 산 집에서 아직도 살고 있다.

 지난주 단 6시간의 한국(사실은 대구) 첫 방문 때 비록 전세기를 타고 왔다고는 하지만 입국 수속 때 자신이 직접 수화물을 챙겼을 뿐 아니라 “지금 지갑에 얼마나 들어 있느냐”는 질문에 바로 지갑을 꺼내보이며 “600달러가 전부”라고 말해 그의 검소함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이날 워런 버핏이 한국 증시를 밝게 본다는 한마디는 바로 우리 증시에 반영돼 코스닥 시가총액이 2조원이 넘는 상승을 기록했다. 이것은 그가 주식 시장을 읽는 통찰력이 있다는 그간의 사실 말고도 그의 평소 생활 모습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더해준 결과다.

 래리 엘리슨과 로만 아브라모비치 그리고 워런 버핏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재산을 가진 부자들이다. 그러나 앞의 두 사람과 버핏에 대한 평가는 전혀 다르다.

 주머니 속의 돈은 그 안에 있을 때는 그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밖으로 나와 어떻게 쓰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졸부는 자신의 어두운 기억 속에 갇혀 살기 때문에 화려한 외관을 찾지만 진정한 부자는 마음까지 부자이기에 보이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워런 버핏이 교과서다.

 홍승모 글로벌팀장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