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아주 ‘특수한’지상파방송의 ‘특수성’

 외국인을 만나 우리나라 정보통신 환경을 얘기할 때면 당혹스럽다. 잘 설명해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제법 많다. 우리의 상황이 워낙 ‘특수’하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워드프로세서가 있는 것도 그렇고 통화할 때 전화를 건 사람만 돈을 내는 것도 그렇다. 대부분의 나라가 MS워드를 쓰거나 수신 시에도 통화료를 낸다.

 지상파TV 시청률도 마찬가지다. 인기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20%나 30%를 훌쩍 넘는다고 얘기하면 외국인들은 깜짝 놀란다. 50%를 넘은 프로그램도 있었다고 얘기하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5%만 넘어도 아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데 어떻게 한국에서는 그런 시청률이 나올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방송 채널이 두세 개 밖에 없고, 국가 통제를 받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난 사람이 혹시 한국인이 아니라 북한 사람이 아닌가 미심쩍어 하는 외국인도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이 심한 나라를 찾기 힘들다. 적어도 민영 방송을 도입한 나라에서는 드물다.

 심지어 우리나라 유료방송사도 지상파TV 프로그램에 의존한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물론이고 위성DMB나 앞으로 나올 IPTV도 지상파 방송이 없으면 속된 말로 ‘장사’를 접어야 할 정도다.

 방송 독과점의 폐해는 많겠지만 다양한 여론 형성을 가로막는다는 게 큰 문제다. 온 국민이 한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웃고, 우는 나라에서 과연 얼마나 다양한 의견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무료 공익 방송이라는 이유로 다 용서된다.

 방송 시장과 여론을 장악한 지상파 방송사가 곧 ‘중간광고’를 도입한다. 방송위원회가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중간광고는 프로그램 도중에 광고가 툭 튀어나오는 광고다. 시청자는 짜증스럽다. 잔뜩 화면에 몰입했는데 이를 끊어버리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외국인은 우리나라 지상파TV에 중간광고가 없는 것을 부러워한다.

 광고로 먹고사는 상업방송에서 중간광고의 가치는 매우 높다. 시청자 눈길이 가장 쏠린 순간에 내보내므로 효과가 높아 광고주를 더 많이 끌어들이고 이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에게만 낯설 뿐이지 중간광고가 없는 나라도 드물다.

 자유시장경제와 민영방송 체제에서는 중간광고를 허용해줘 나쁠 건 없다. 중간광고를 참고 공짜 방송을 볼 것인지, 돈을 더 내더라도 유료방송을 볼 것인지 선택은 시청자 마음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SBS와 같은 지역 민방을 제외하고는 지상파방송사가 모두 공영방송이라는 점이다.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전제 조건, 즉 상업방송과 어긋난다. 수입원이 사실상 공적 자금인 방송사가 상업방송에나 적용 가능한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더욱이 KBS는 2500원의 시청료까지 받는다. 4000원으로 올릴 판이다. 지상파방송을 보려고 시청료를 내는데 프로그램 앞뒤 광고에 이어 이제는 중간광고까지 보라고 한다. 중간광고 도입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시청권을 더 제약할 테니 돈을 더 내세요’다.

 중간광고 도입은 단기적으로 방송사의 이익을 높여주나 장기적으로는 시청자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 이 자리를 유료방송이 대신할 것이다. 우리 방송시장의 고질인, 지상파 방송의 시장과 여론 독과점 문제도 궁극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이다.

 이러한 것 때문이라도 중간광고를 참고 볼 용의는 있다. 그러니 지상파 방송사도 이젠 정체를 드러내라. 당신은 공영방송인가 상업방송인가. 여전히 공영방송이라고 생각한다면 중간광고를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며, 상업방송임을 인정한다면 시청료나 공적 자금 지원을 받지 않아야 한다. 양립할 수 없는 둘 다를 얻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온당치 않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