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하이닉스를 어찌할 것인가

 ‘우리 가슴엔 꿈이 있어요∼’ 하이닉스의 사가(社歌)다. 제목은 ‘하이닉스의 꿈’.

 이 노래를 노래방에서 들을 수 있게 됐다. TJ미디어가 노래방 ‘신곡’(18701번)으로 삽입했다. 하이닉스는 지난 2001년 무려 15조원의 부채를 안고 파산했다. 그러나 불과 5년 만에 세계 2위의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 다시 우뚝 섰다. 하이닉스 사가의 노래방 입성은 현대판 기적을 일군 이들을 향한 헌액일 것이다.

 누가 뭐래도 하이닉스 임직원은 성공신화의 주역이다. 동료의 절반이 떠나는 모습도 2조원이 넘는 회사 자산이 팔려나가는 것도 묵묵히 지켜봐야 했다. 4년간 임금동결과 무급휴가를 견뎌야 했다. 하이닉스와 임직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관심과 애정도 그만큼 깊다. 대중가요도 아닌 일개 회사의 사가가 노래방 애창곡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하이닉스 성공신화의 절정은 지금부터다. 하이닉스는 지금 9개 채권 금융기관이 주인이다. 채권 은행단은 1억65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닉스 지분의 36%다. 은행이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해 아예 자본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은행은 기업을 경영하는 곳이 아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로 먹고 사는 곳이다. 막대한 돈을 자본으로 묶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보유주식을 지금 시가로 계산하면 약 4조원이 넘는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최소한 5조원이 넘을 것이다. 하이닉스도 기형적인 지배구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진짜 주인도 아닌 은행이 언제까지나 투자비 부담을 감당해줄 리 없다. 주인이 투자를 거친 성장보다 금융 이득에만 연연하면 또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채권단은 지난해에 5400만주를 매각하는 데에도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 15억달러, 우리 돈으로 1조4000억원 어치였다. 그것도 경영권이 없는 말 그대로 금융투자 대상 주식이었다. 하물며 경영권을 넘기는 5조원 이상의 거대한 매각작업은 오죽 힘들겠는가. 더군다나 하이닉스 인수자는 매년 2조원 안팎의 투자비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은 특성상 끊임없이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산업은행은 최근 M&A 여건이 여의치 않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다. 잠재 매수자가 없다는 게 이유다. 설혹 매수자가 나선다고 해도 성사될지 의문이다.

 해외 매각은 꿈도 꾸기 어렵다. 하이닉스 사가가 노래방 곡목에 등장하는 판국이다. 성공신화의 주역으로 주인의 한 축으로 자리한 하이닉스 직원이 결사항전할 것이다. 국민의 반대에도 부딪힐 것이다. 국회에서도 감시의 눈길을 떼지 않고 있다. 해외기술유출방지법이라는 제도적 장치도 큰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국내에 하이닉스를 인수할 여력을 지닌 곳이 과연 있을까. 금융권의 M&A 자금 지원을 기대한다 해도 삼성이나 포스코·LG 정도가 꼽힌다. 삼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것은 독이다. 메모리 세계시장 1·2위 간 M&A는 독과점에 걸리거나 다행히 모면한다 해도 집중견제를 받을 것이다. 포스코는 철강 시장을 지키기도 벅차다. 반도체 경험도 없다. 지난 1999년 정부의 반도체산업 구조조정으로 LG반도체를 현대에 넘겨야 했던 LG에는 국민정서상 인수 프리미엄이 있다. LG도 그간 벌여놓은 통신사업을 정돈하기에 여념없다. 이도저도 안 된다면 포스코처럼 국민주를 발행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증시에 막대한 물량부담을 안길 것이다.

 하루빨리 돈을 회수하고 싶은 채권은행이나 진짜 주인을 맞고 싶은 하이닉스 직원이나 초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답답해진다. 하이닉스를 과연 어찌할 것인가.

 유성호 디지털산업팀장@전자신문, sh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