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도전이 아름다운 이유

 #1.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습니다. 만루 위기도 두 번이나 있었죠. 삼자범퇴를 시킨 건 1회하고 8회뿐이죠. 결국 수비수들이 잘 도와준 덕분이죠.” 창단 28년째로 통산 전적 1무 199패. 꿈은 이뤄진다고 했던가. 그토록 목말라했던 팀 최초 승리의 주역인 서울대 야구부 투수가 승리의 기쁨을 동료 덕으로 돌리면서 했던 말이다. 그동안 콜드게임도 숱하게 당했고 심지어는 서울대와 경기를 가진 게임은 공식기록으로 들어가지도 않았으니 상대팀도 꺼려했다. 야구가 좋아서 모인 순수 아마추어 팀이 이뤄낸 첫 승리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일반 선수처럼 타격 음을 듣고 낙하지점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잘 잡아낸 내야 땅볼은 그만 1루수의 키를 훌쩍 넘기는 악송구가 되고 맙니다. 배트를 짧게 잡고 힘껏 휘둘러 보지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지난 봉황기 고교야구대회 때의 아나운서 멘트다. 올해로 창단 6년째를 맞고 있는 충주 성심학교. 대부분 2급 장애로 듣지 못하기 때문에 말도 할 수 없는 선수다. 일반 학교의 절반이 채 안 되는 단 10명의 선수로 투혼을 발휘했다. 비록 이번에도 1승을 거두지 못했지만 그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2. 얼마 전 한 시사 주간지가 선정한 ‘자랑스러운 한국인’ 8위로 선정된 축구선수 박지성.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며 대기만성형의 선수다. 지금은 재활 중이지만 세계 최고의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당당하다. 평발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세계의 중심에 서 있다.

 또 미국 언론들 사이에서 ‘블랙 탱크’로 불리는 최경주도 PGA투어 Q스쿨을 35위로 통과한 무명이었지만 이제는 타이거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밑바탕이 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 테니스의 영웅 이형택. 야심찬 도전이 올 US오픈 8강 문턱에서 좌절됐지만 부상 투혼 속에서 대회 내내 선전, 현지 언론에서 극찬을 받았다. 스포츠 선수로는 환갑이라는 31세. 20대 초반의 세계 강호들을 연파, 이변을 일으키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의 도전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던 것이다.

 선천성 사지기형 1급 장애인으로 양손에 손가락이 두 개밖에 없는 이희아. 무릎 아래는 아예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피아노를 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하루 10시간의 피나는 연습 끝에 세계에서 유일한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가 됐다. 비단 이들만이 아니겠지만 이들에게 박수를 치는 이유는 힘든 도전 끝에 이뤄낸 성과기 때문이다.

 #3. 벤처라는 이유만으로 자금이 몰리던 그 시절, 묻지마 투자로 풍비박산이 난 사람이 부지기수다. 누구나 알만한 성공한 벤처 기업인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예가 더 많다. 물론 실패한 벤처기업인의 기술개발 노력을 폄훼하거나 무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들의 땀과 흔적이 지금의 IT강국을 만드는 데 자양분이 된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야말로 돈으로도 살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벤처기업도 힘든 구조조정을 거쳐 이제는 ‘무늬만 벤처’가 아닌 그야말로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좌절의 쓴맛을 본 벤처기업인을 돕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벤처기업협회가 사업성·도덕성을 평가하고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이 자금을 지원하는 이른바 ‘벤처 패자 부활제’가 만들어졌다.

 도입 2년 만에 올 4월 처음 수혜기업이 나왔고 얼마 안 돼 2호 기업도 나왔다. 까다로운 심사도 심사지만 이 두 개 기업의 성과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본사가 공동주관하고 있는 신SW상품대상 8월상을 수상한 바 있는 와우엠지의 설융석 사장 그리고 김상조 나노모션테크놀러지 사장이 주인공이다. 신용불량자로 거리로 내몰렸던 그들이 해외 진출, 잇따른 공급 계약으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단다. 이들의 재기 소식은 반가움을 넘어 벤처기업에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그들의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