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IT업계 스며든 오일머니

[데스크라인]IT업계 스며든 오일머니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두바이에서 약 15㎞ 떨어진 주메이라 해변에는 세계에서 유일한 7성급 호텔 ‘두바이 버즈 알 아랍’이 있다.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섬에 위치한 이 호텔은 높이가 무려 321m로 전 세계 호텔 중에서 하늘과 가장 맞닿아 있다. 하루 숙박비가 우리 돈으로 최고 3500만원이며 구경만 하는 데도 무려 7만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또 한국의 삼성물산이 2008년 말에 완공 예정인 ‘두바이 타워’는 높이가 무려 800m가 넘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석유 외에 변변한 산업조차 없는 두바이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고유가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오일머니를 인공 관광자원 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는 점이다.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한 중동국가가 이처럼 관광에 뭉칫돈을 투자하고 외국 기업의 지분 인수에 나서는 것은 원유의 유한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석유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을 중심으로 한 중동 지역의 석유 가채굴 기간은 길게 봐서 40년으로 잡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2년이면 전 세계 원유 생산이 하루 1억배럴의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908년 이란 서남부 슐레이만에서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 그저 유목민이 사는 변방에 지나지 않았던 중동국가가 원유를 무기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상황이 된 지 오래다. 얼마 전 외신은 중동의 대표적인 오일머니인 아부다비 국영 펀드 무바달라 디벨러프먼트 컴퍼니가 세계 2위 반도체 업체인 AMD의 지분 8.1%(4900만주)를 신주발행 형식으로 6억2200만달러에 매입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두바이 인터내셔널 캐피털은 세계적 가전업체인 소니의 지분 약 3%를 사들였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미국 최대 금융그룹인 시티그룹도 중동 아부다비의 국영펀드인 아부다비 투자청에 주식 4.9%를 전환사채 형식으로 약 75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해 아부다비 투자청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 오일머니의 미국 기업 투자는 32건에 45억달러이던 것이 올해 들어 지금까지 42건에 약 250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최근 발표된 대신증권의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전 세계 오일머니의 자산 규모는 약 3조4000억∼3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유가를 배럴당 70달러 내외로 산정했을 때 2012년 자산규모를 7조달러로 추정했는데 현재 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10조달러 돌파도 예측이 가능하다.

 과거 중동의 부호는 국제 자본시장에 참여, 장기 투자로 안전한 수익을 보장받으며 자가용 비행기나 사고 유럽으로 건너가 명품 쇼핑이나 즐기는 졸부쯤으로 여겨져 왔다. 지금 전 세계 경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의 결과에 따라 요동치는 상황이다. 고유가로 탄력받은 오일머니가 글로벌 M&A 시장에 태풍이 눈으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자본이나 증시의 펀더멘털이 취약한 우리 경제구조로 볼 때 국내 IT기업도 결코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 2005년 이후 올 10월까지 국내 증시서 오일머니는 약 3조4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오일머니가 관심을 가질 만한 국내 주식으로는 중동지역의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플랜트 업체가 주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나 그 외 이 지역에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LG전자나 휴맥스 등도 충분이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보여준 원유 무기화의 행태가 글로벌 기업 M&A나 국제 금융시장에서 재현되지 않을지 눈여겨볼 일이다.

 홍승모 글로벌팀장@전자신문, sm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