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CEO)의 능력은 조직의 운명을 좌우한다. CEO의 능력은 곧 조직운영능력과 적재적소에 사람을 기용하는 용병술로 이어진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이는 기업 전체의 승패를 좌우하는 전략 그 자체다.
◇오랜 친구이자, 통신 맞수 = 남중수 KT 사장과 김신배 SK텔레콤 두 CEO의 이력 비교는 쏠쏠한 재미를 준다. 남중수 KT 사장과 김신배 SK텔레콤 두 CEO는 동창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명문으로 통하는 ‘K-S(경기고-서울대학교)’ 마크를 달고 있다. 남 사장이 경영학도의 길을 택하고, 김 사장이 이공대를 택했다는 차이, 그리고 남 사장은 공무원에서, 김 사장은 민간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는 차이가 있다. 물론 지금은 양대 통신 산맥을 책임지는 CEO로 다시 마주하고 있다.
남 사장과 KT의 인연은 체신부 공무원 생활이 계기가 됐다. 1982년 공사였던 KT로 적을 옮기면서 20여년 간 KT 및 KT 자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남 사장의 부각은 2000년 IMT2000추진본부장을 맡으면서부터. 2003년 KTF 사장에 선임되면서 남 사장은 차기 주자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 사장이 SK텔레콤에 합류한 것은 SK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 바로 이듬해인 1995년이다. 통신 이력만 보자면 남 사장의 절반 정도다. 그러나 SK텔레콤으로 적을 옮긴 김 사장은 지난 12년여간 사업전략, 기획, 수도권지사, 경영지원, 사장실, 정보시스템실 임원 등 회사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업무 전반을 고르게 경험했다. 김 사장은 SK 통신 산업 역사와 궤를 함께했다는 점에서 SK 내에서도 몇 안되는 통신 전문가로 꼽힌다.
◇젊어지는 KT, 전문가의 힘 SK =양사에 포진한 임원진 구성의 특성은 공기업 역사와 M&A 기업 역사를 그대로 반영한다. KT는 공사 시절부터 잔뼈가 굵은 이들이 임원으로 자리했지만, 남 사장 부임 이후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KT가 취약하다고 볼만한 비통신영역, 콘텐츠, 영화, 자산관리(부동산), 전략 등 전분야에서 외부 전문가 채용에 적극 나섰으며, 경쟁사 근무 이력의 소지자도 영입했다. 또 다른 특징은 80년 이후 입사한 공채 출신들의 부각이다. 재무와 기획을 총괄하는 서정수 전무가 공채 1기. 현재 공채 4기 정도까지 임원직을 맡고 있다. 이런 KT 변화는 KT 고참 임원들의 퇴진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SK는 인수·합병의 한계를 극복하고 단시간 내 사업 안착을 위해 인수한 기업의 기존 인력은 물론 외부 전문가 고용에 주저하지 않는다. SK텔레콤 내에만 컨설팅업체부터 KISDI, 대법원 판사, 벤처 사장 등 10명 가까운 외부 인물들이 임원으로 재직중이다. 영입 시기도 1999년부터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몇 해 사이 SK텔레콤 내 기류가 다소 변화되고 있음도 눈여겨본다. 신세기통신 합병을 전담한 대한텔레콤 출신은 물론 그룹 공채의 젊은 임원들이 서서히 전진 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SK 통신 사업을 움직이는 ‘키 맨’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