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텔레콤 두 통신 그룹의 경쟁은 유·무선 내에 있는 다양한 통신 서비스 영역, 그리고 u미디어를 향한 방송, 콘텐츠, 통방융합 서비스까지 전방위적으로 펼쳐질 수 밖에 없다. 그룹 내 사업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 내부 역량을 위해 일사불란한 조직역량을 어떤 수준에서 발휘하느냐로 승부는 갈리게 될 전망이다.
◇ KT그룹, 전열 정비가 급선무=KT는 최근 조직 개편에서 그룹 전략을 조절하는 기획 기능을 강화했다. KT만이 아닌 KT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앞으로 전개될 통신 전쟁에서 승산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KT의 당면한 과제는 관계사 전체의 전열 정비다. 그간 각사별로 내실을 다져왔지만 이것만으론 SKT그룹과의 전방위적 대결에 맞서기 힘들다. 관계사간 사업 조정을 비롯해 인수합병(M&A)까지 다양한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다.
SKT와 달리 오너가 없는 것도 보이지 않는 흠이다. 구심점이 없다보니 신속한 의사결정이나 관계사 결속력이 아무래도 떨어지는 편이다. 더욱이 아직까지 CEO 연임도 없었다.
이변이 없는 한 첫 연임 CEO가 될 남중수 사장으로선 앞으로 더 많은 숙제가 기다리는 셈이다.
◇SKT그룹, 시너지 극대화에 집중해야=유선사업에 새로 진출한 SK텔레콤으로선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가 급하다. 한국이동통신 인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무선쪽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왔지만 유선사업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로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이나 IPTV에선 KT에 비해 기동력있게 움직여왔지만 아직 규모면에선 KT에 뒤진다. 이를 만회하는 것은 유무선 사업의 효율성을 하루빨리 높이는 길 뿐이다. 특히 규제 완화나 결합상품 활성화로 역무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는 시장 환경을 고려한다면 개별 기업의 통신 사업을 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 역할은 물론 SK텔레콤의 몫이다.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SK 통신그룹에 비단 유선 영역 하나를 더 확보한 사건이 아닌 그룹 내 통신 사업이 본격 ‘헤쳐모여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 신성장동력·시장 맏형 역할은 누가=두 통신 공룡은 사사건건 맞붙게 돼 있지만 공통의 과제도 있다. 바로 포화한 국내 통신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는 맏형 역할이다. 이 역할을 지금까지 KT가 해왔지만 SKT에게도 똑같은 요구가 떨어졌다.
두 그룹에 대한 사회적 책무 요구도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통신 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책무를 소홀히 해선 곤란한 상황이다. 통신, 방송 산업이 규제 산업이라는 점에서도 정부의 규제 정책에 적절히 대응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이 점에서 두 그룹이 안에선 융합 서비스, 밖에선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쏟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점은 바람직하다.
두 그룹의 진정한 승부는 결국 몇년 후 누가 맏형 역할을 하느냐로 판가름될 전망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