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이제는 안연구소를 뛰어넘을 때

 보안업계에 때 아닌 우선순위 논쟁이 벌어졌다. 논점은 사용자 보호가 우선인지 아니면 산업보호가 더 중요한지다. 이스트소프트가 실시간 무료서비스 백신 ‘알약’을 보급하면서부터다. 물론 NHN이 ‘PC그린’을 무료 서비스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 점화된 논쟁이기도 하다.

 당연히 찬반이 엇갈린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보안이 취약한 사용자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무료 서비스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보안에 취약한 PC는 악성코드 공격의 피해자면서 동시에 악성코드의 숙주인 공격자기 때문이다.

 네트워크화 덕분이다. 전체 네트워크 인프라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인간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여준 네트워크가 재앙의 한 축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무료 서비스 불가피론의 배경이다.

 이미 40만명 이상이 내려받기를 했다. 알약 설치파일이 공개된 이후 불과 열흘 만의 일이다. 알약은 바이러스와 악성코드의 실행을 실시간 감시, 검사·치료해 주는 기능과 자동 업데이트 기능을 갖췄다. 그런 알약이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반대가 드셀 수밖에 없다. 그동안 유료로 제공해온 보안업계의 수익모델을 일거에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개인용 시장이 단번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포털이나 ISP가 진단·치료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 유료 수익모델인 실시간 감시기능의 무료 제공 이후 벌어진 일이다.

 이쯤 되면 무료 보안서비스가 생존권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은 개인 사용자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경고음도 호소력을 잃은 상황이다. 더욱이 알약이 무료 서비스로 자리잡으면 NHN을 비롯한 포털 업체의 무료서비스를 제지할 명분을 잃게 된다. 하루 방문자가 1400만에 이르는 NHN이 무료서비스에 다시 가세하게 되면 개인용 유료 보안시장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의미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듯하다. 개인용 PC 보안서비스가 이미 무료시장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KISA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무료로 제공되는 바이러스 백신을 사용하는 비율은 18%였는데 서비스가 본격화된 지난해에는 45.4%로 늘었다. 무료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유료 정품 구입 비율은 2005년 77.3%에서 지난해 21.0%로 3배 이상 내려앉았다. 무료냐, 유료나 논쟁이 격화되고 실시간 무료 서비스까지 등장한 최근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보안 업계가 자초한 현상이다. 지난해 후발 안티바이러스 솔루션 기업이 안철수연구소의 아성과 불법 복제가 만연한 개인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느끼고 포털과 ISP에 솔루션을 공급한 이후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개인사용자 보호가 우선이냐, 혹은 산업보호가 더 중요하냐는 논쟁은 의미가 없을 듯하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시대는 이미 흘러갔다. 정책으로 막을 수도 없다. 개인용 보안시장에 관한 한 일본과 같은 분위기 확산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흑묘백묘(黑猫白猫)라 했던가. 이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새 수익모델을 발굴하고 시장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B2B 시장의 파이를 더욱 키우고 기술력을 배가하는 길밖에 없다. 정부 역시 정책 방향성을 재정립, 보안기업이 시장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마인드 확산에도 좀더 심혈을 기울이고 연구개발(R&D)이나 기업에 관한 정책을 새롭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보안 대표주자 안철수연구소는 업계 처음으로 올해 매출 5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역시 안연구소란 말이 나올 법하다. 의미있는 수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안연구소를 넘어서는 기업이 여럿 출현할 때도 됐다.

박승정 솔루션팀장 @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