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중심은 중국이다. 우리나라가 신정부를 향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때 중국은 올림픽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다. 해외 언론은 사흘이 멀다 하고 베이징 올림픽을 주요기사로 다루고 있다. 중국에서 관모를 쓴 사람이면 말 첫머리에 올리는 화두(話頭) 역시 올림픽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이제 지나친 기대감으로 호들갑에 가깝다.
바뀌는 것은 베이징뿐만이 아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일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수용의 나라’에서 ‘규제의 나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제 더는 외국 투자기업의 관심을 끌었던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갈수록 까다로워진다. 규제 없는 산업이 있을 수 없지만 예상 외로 빠른 중국의 규제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투자의 최적지에서 물러난 중국에 대한 기업의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가장 먼저 인력의 중국은 더 이상 없다. 올해 발효되는 신노동법은 외국 투자기업에 족쇄와 같다. 신노동법은 10년 이상 근속 시 종신고용을 의무화했다. 퇴직금 역시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또 노동조합 권한 확대 등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다. 노동시장의 경색을 가장 두려워하는 기업으로서는 투자 매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신노동법으로 보따리를 싸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저임금의 중국도 없다. 신노동법은 결국 인건비 최대 40% 인상의 효과를 불러온다. 대규모 설비를 들여온 대기업은 몰라도 곁따라 들어온 중소기업에는 ‘가랑이 찢어지는 일’이다. 1인당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임금인상의 효과를 전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노동집약적 산업유치를 거부하는 ‘선별적 투자유치’ 역시 중국행 발걸음을 잡는다.
저물가의 중국도 이제는 없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중국정부가 물가잡기에 나섰다. 천정부지의 물가는 올림픽에도 이어진다. 현대자동차는 베이징시와 컨소시엄을 이뤄 올림픽 공식 자동차업체 입찰에 나섰지만 폴크스바겐에 밀렸다. 폴크스바겐은 무려 1억5000만달러의 후원금을 내기로 하고 공식업체로 지정됐다.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아무리 중국시장의 미래를 본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돈잔치’다.
안정의 중국 역시 없다. 성장과 안정은 공존할 수 없는 대립적 관계라고 하지만 중국의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널뛰기’다. 역시 ‘통 큰 중국’을 말하듯 증시의 등락 폭은 하루하루가 산 높고 골 깊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시장이다.
자고 나면 변하는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지금의 중국이다. 발전의 이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규제가 있는 것은 상식의 일이다. 변하는 것도 흐름이니만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의 한 가운데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이 외국, 특히 한국이 돼서는 안 된다.
정세를 읽고 변화를 읽어 빠른 발걸음으로 옮겨야 살 수 있는 것이 글로벌 생존법이다. 변화에 어두워 땅을 치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다 갉아 먹은 벼를 버리고 재빨리 튀는 메뚜기의 생존법은 글로벌 시대 꼭 배워야 할 생존법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