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나간다는 사실에 무서움과 설렘이 동시에 생깁니다. 하지만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뿌듯함과 함께 어릴 적 꿈의 실현,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으로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지난 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온 한국 최초의 우주인 고산씨와 이소연씨가 말한 내용이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세계 우주 개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해다. 우선 4월 8일 한국 첫 우주인이 우주로 날아간다. 12월에는 전남 고흥의 외나로도에 우주센터가 문을 열 뿐 아니라 국산 최초의 로켓 KSLV-1호가 우리 과학위성을 싣고 우주로 발사된다.
이변이 없는 한 고산씨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소속 소유스호를 타고 우주로 나간다. 사흘째 되는 날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약 8일간의 일정으로 18개의 우주과학실험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소연씨는 기지에 남아 우주인이 된 고산씨와 교신을 하기로 돼 있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사는 길지 않은 편이다. 냉전시대 옛 소련이 1957년 10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궤도에 올린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92년 8월 11일 한국 최초의 위성 우리별 1호를 쏘아올린 때를 기점으로 삼으면 16년 만의 일로 채 20년이 안 된다. 지금까지 지구궤도에 인공위성을 띄운 나라는 미국·러시아 외에 프랑스·영국·일본·중국·인도·이스라엘뿐이다. 우리나라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면 아홉 번째 국가가 된다. 무역 규모 세계 11위보다 앞서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의미 있는 것은 미래의 먹을거리 창출에 중요한 요소인 첨단 과학기술로 이루어낸다는 사실이다.
지금 아시아 각국은 우주개발 경쟁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특히 아시아 맹주를 노리는 중국과 일본은 자존심을 넘어 국가의 온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일본은 지난해 9월 14일 달 탐사위성 ‘가구야’를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중국은 선저우 6호 성공에 이어 지난해 10월 30일 첫 무인 달 탐사위성 창어 1호를 달 궤도에 진입시켰다. 인도는 올 3월 무인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할 예정으로 이의 탐사 결과를 토대로 2020년 달에 우주인을 착륙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새 정부 조직개편안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공방 중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과기부가 교육부와 통합돼 교육과학부로 바뀐다. 이에 따라 과기부 해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주 정책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할 뿐 아니라 당장의 결과물을 얻기도 쉽지 않다. 부처가 통합돼 관련 일을 하던 공무원이 옮겨간다 해도 정책 결정권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역사상 가장 존경을 받는 세종대왕의 여러 업적 중에 하나가 과학기술의 장려였다. 세종대왕의 의지가 없었으면 물시계·보루각·자격루·해시계·현주일구의 발명은 불가능했던 일이다.
중국은 지난해 창어 1호 발사를 CC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하며 온 국민의 축제로 만들었다. 이날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발사장소인 쓰촨성 시창우주센터를 직접 방문해 발사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이 시점에서 그 장면들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과기부 해체가 미래 우주를 향한 아이들의 ‘꿈의 해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홍승모 경제과학부장@전자신문, sm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