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흔들리는 대덕특구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본산인 대덕특구가 흔들리고 있다. 기관 통폐합설에 구조조정·비자금·이면계약서·감사 등 각종 설이 꼬리를 물고 돌아다니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중앙정부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아무 말이 없는데 대덕특구에서 자가발전되는 양상이다.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 사업화를 위해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를 설립한 지 3년 됐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비전을 갖고 비상하기는커녕 오히려 좌불안석, 좌충우돌 중심을 못 잡고 있다.

 대덕특구는 본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부출연연구기관 20여개와 민간 연구소 40여개를 기반으로 2770만㎡의 부지 위에 조성해 놓은 대덕연구단지가 모태다. 중심 축은 대덕연구단지 내 출연연이다. 대부분 출연연의 ‘큰 형님’으로 불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뿌리다. 우리나라 이공계의 명문으로 자리 잡은 KAIST나 오는 4월 우주인 발사를 앞두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표준화 부문에서 세계 7위권에 진입해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그리고 IT메카로 불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모두 KIST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난 1999년께 벤처 붐이 한창일 때 출연연·KAIST·민간연에서 스핀오프된 벤처기업 700여개가 모여 ‘대덕밸리’를 선언했다. 모델은 실리콘밸리다. 지난 2005년에는 ‘대덕특구’로 지정받았다. 출연연과 벤처기업이 보유한 ‘첨단기술’이라면 분명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특구 조성사업에 불을 댕기게 됐다. 벤처 창업의 주류인 출연연 출신 연구원들도 ‘너도나도’ 대박을 꿈꾸며 벤처 창업의 대열에 몸을 실었고, ‘대박’의 꿈은 곧 손에 잡힐 듯했다.

 그렇게 시작한 대덕특구가 최근 들어 흔들리고 있다. 총선이 끝난 시점에서부터 1000명을 기준으로 하는 출연기관 통폐합설과 이에 따른 기관장 물갈이설이 흘러나오고 있는가 하면, KAIST는 교육과학기술부로 소속 부처가 바뀌면서 일반 국립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그동안 고급 과학기술 두뇌양성을 위해 누려온 ‘특별법’을 KAIST에만 적용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통합 대상인 ICU는 아예 말도 못 꺼낸다. 내놓은 비전도 없다. KAIST에 먹히느냐, 대등한 위치로 통합하느냐의 게임에만 골몰하고 있다. 지원기관인 대덕특구본부는 감사설과 이면계약서설·비자금설 등에 휩싸여 있다. 직원 40명에 불과한 조그만 기관인데도 말이다.

 한국과학재단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학술진흥기금과 통합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지만 기능적으로 성격이 판이한 두 개 기관이 과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말대로 ‘화학적 결합’을 이룰지는 미지수다.

 벤처기업은 또 어떤가. 지원 미흡을 이유로 대덕특구본부를 압박하고 있다. 특구 해체론까지 들먹인다. 주위에서는 CEO의 경영 마인드 부족을 여전히 기업 성장저해 요인으로 꼽는다.

 벤처캐피털 업무에 종사하는 한 CEO는 “대덕지역의 CEO와 기업은 서울에 비해 정확히 10년 뒤져 있다”고 진단한다. 10년 전의 서울 벤처 모습이라는 것이다. 덧붙여 이 당선인이 내세운 ‘실용주의’ 노선에 따라 현장중심 경영이 강조되고 있지만 청와대 구성 멤버에 한국 R&D의 본산인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이 진출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혼자 노는 대덕특구의 목소리를 ‘위’로 전달하고 ‘위’의 목소리를 전달할 ‘창구’마저 없는 셈이다.

남들은 뛰고 있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대덕특구가 갈팡질팡할지 걱정스럽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