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모토로라의 연구원이었던 마틴 쿠퍼 박사는 당시 미국 순찰차에서 주로 이용하던 카폰을 차 밖으로 끄집어낸다. 셀룰러 방식을 채택한 이 발명품이 오늘날 휴대폰의 모체다. 모토로라가 이후 15년의 연구 개발 기간과 당시 돈 약 1억달러를 투입, 1983년 처음으로 선보인 제품이 ‘흰 벽돌(Whiee Brick)’이라 불렸던 바로 세계 최초의 상용 휴대폰 ‘다이나택 8000X’다.
물론 그 이전에 차량용 라디오·워키토키·무선호출기 등을 처음으로 만든 것도 모토로라며 아폴로11호의 닐 암스트롱이 지구와 교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모토로라의 기술 덕분이다. 전 세계 통신의 역사는 모토로라의 역사 그 자체다.
지금 통신거인 모토로라가 흔들리고 있다. 단일 모델로 5000만대 판매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던 ‘레이저’도 그 빛이 바랜 지 오래고 야심작으로 선보인 ‘레이저2’도 전작 레이저와 차별성이 별로 없어 텃밭인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여기에 애플이 지난해 6월 말 내놓은 아이폰은 쐐기를 박은 꼴이 됐다.
결국 모토로라는 이달 초 자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휴대폰 사업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히 휴대폰 시장에 메가톤급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부동의 1위 노키아의 저가 공세와 고가폰으로 맹추격하는 삼성전자의 틈바구니에서 최근 몇 년간 모토로라의 행보는 화를 부르기에 필요충분 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모토로라의 추락은 어쩌면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지난 수년간 매출 부진으로 궁지에 몰린 모토로라는 지분 5%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집요한 이사 자리 요구와 분사 주장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끌려다녀야만 했다.
얼마 전 톰 메리디스 모토로라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 회의에서 “전반적으로 의미심장한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모든 기회가 우리에게 있다고 믿는다”고 밝혀 그동안 아이칸이 요구해온 분사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아이칸은 모토로라가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문으로 갈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토로라의 분사는 휴대폰 시장에도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3위 업체라고는 하나 2위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차이가 지난해 기준으로 0.2%에 불과해 히트제품 하나만으로도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하이얼이나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인수가 몰고올 파장이다. 지난해 기준 연 1억5000만대에 이르는 자국 내 거대 시장을 기반으로 기초체력을 다진 후 세계 시장에 나온다면 가히 노키아를 위협할 수 있는 태풍의 눈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토로라는 전형적인 미국 기업으로 세계 통신 역사를 이끈다는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변질돼 오늘의 위기를 맞았다. 이리듐 위성통신사업은 26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고도 아무 성과 없이 끝이 났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다.
공전의 히트작 레이저의 아성에 안주하다 서서히 추락하는 모토로라의 모습은 끝없는 연구개발과 소비자의 요구를 선도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기업도 권불십년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홍승모 경제과학부장@전자신문, sm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