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난야, D램사업 `동행`

 세계 D램 업계 순위 5위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6위인 대만 난야테크놀로지가 손을 잡는다.

지난 3일(현지시각) 두 회사는 조인트벤처 설립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합의 내용은 조인트벤처에 관한 내용 뿐이지만 메모리 업계의 제휴 관행상 기술 공유, 공동 개발 등 포괄적인 협력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과 난야는 수 개월 내에 추가 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조인트벤처 설립 방안과 기술 공유에 관한 내용을 확정해 발표키로 했다.

난야의 경우 독일의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온테크놀로지 계열의 키몬다(D램 업계 3위 업체)와도 2003년 조인트벤처 ‘이노테라메모리’를 설립한 경험이 있다. 난야의 키몬다 제휴 관계 유지 및 ‘이노테라메모리’ 존속 여부는 마이크론과 진행될 추가협상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키몬다와 밀월관계에 있던 난야가 돌연 마이크론과의 제휴를 선언하게 된 배경은 최근의 시장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스티브 애플톤 마이크론 CEO는 이번 제휴의 이유를 “회사 간 공조를 통해 최근 메모리 가격 급락에 따른 손실을 줄이는 한편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소요 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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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과 난야의 갑작스런 제휴 발표가 D램 업계의 재편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엄밀히 말하면 업계의 재편보다는 마이너 업체들의 이합집산이다.

두 회사는 이미 1년 전부터 전략적 제휴관계를 위해 물밑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난야가 인피니온 계열의 메모리 제조업체인 키몬다와 함께 조인트벤처를 설립, 메모리를 생산해 왔던 사실을 주지하면 난야는 악화일로에 있는 시장상황 속에서 살 궁리를 찾기 위해 양다리를 걸쳐온 셈이다.

이번 제휴가 성사되면 난야는 마이크론의 D램 제조 기술을 얻을 수 있게 되고, 마이크론은 자금이 넉넉한 난야와 손잡아 경제력을 확보하게 된다. 그동안 난야를 포함한 대만 D램 업체들은 미래시장에 대비할 R&D 역량은 미약한 반면 넉넉한 자금과 당장의 시장변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생산능력은 뛰어난 것으로 평가돼왔다. D램 업계 3위인 키몬다가 자사 시장점유율의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6위 난야와 과거 제휴한 이유도 바로 이점 때문이다.

마이크론과 난야의 제휴에서 눈 여겨 볼만한 대목은 난야의 D램 제조 방식 전환이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마이크론 등 대부분의 메모리 업체들이 스택(stack·증착공정을 통해 실리콘웨이퍼에 회로를 쌓아올리는 방식)공정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키몬다·난야·프로모스 등은 트렌치(trench·스택공정과는 반대로 웨이퍼를 식각공정으로 깎아내며 회로를 구성하는 방식)공정을 사용해왔다. 난야와 키몬다가 공동으로 설립한 ‘이노테라메모리’ 역시 트렌치공정을 채택했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트렌치공정을 사용해온 난야가 스택공정의 마이크론과 제휴를 추진키로 한 것은 업체 입장에선 파격적인 결정이다. 공정미세화가 곧 원가절감이고, 이는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결국 난야가 미세공정에서 기술적 우위에 있는 스택방식에 합류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두 회사의 제휴가 당장의 시장변화를 유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과거 키몬다와 난야의 제휴 사례나 2006년 10월 소니와 키몬다의 조인트벤처 설립합의 등은 마이너 업체 간 제휴라는 점에서 시장상황에 영향을 별다른 미치진 못했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