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이통사의 단골 끌어안기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오늘 당장 장사가 안 되더라도 단골을 확보해 놓으면 다음에 계속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단골 20%가 매출의 80%를 올려준다’는 장사의 법칙도 있다. 장사로 성공하려면 단골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다.

 고객 쪽에서도 단골 가게를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단골집에 가면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고 덤도 얻을 수 있다. 때때로 단골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곳이 단골가게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이동통신시장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 신규 가입자는 누구든 ‘왕’ 대접을 받지만 기존 고객은 그야말로 ‘찬밥’ 신세다.

 최근 이동통신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불붙으면서 30만∼40만원대 휴대폰이 공짜로 팔리고 있다. 실제 휴대폰 유통상가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가입비 정도만 내면 휴대폰을 바로 개통할 수 있는 ‘공짜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번호, 같은 회사를 고집하는 장기 가입 고객에게 공짜폰은 남의 얘기다. 휴대폰 유통시장에선 신규 가입 고객이나 이통사를 바꾸는 번호이동 고객에게만 각종 항목의 장려금 지급을 통해 대폭적인 가격할인, 심지어 공짜폰의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그간 모든 마케팅의 역량을 기존 고객보다는 신규 고객에 초점을 맞춰왔다. 물론 장기 가입가에게 혜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기가입 할인 명목으로 이용요금에서 5% 정도 깎아주고 이런저런 서비스도 제공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장기 가입자보다는 이용요금을 많이 내는 고객에게만 차별화된 VIP 혜택을 제공한다. VIP 회원도 통화량을 줄이면 이내 VIP 자격을 박탈당한다. 이곳에서는 단골 개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통사들의 마케팅 전략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요금 할인 경쟁을 통해 장기가입 고객 잡기에 나선 것이다. 선두업체인 SK텔레콤이 오랫동안 자사 서비스를 애용한 고객에게 요금을 대폭 깎아주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았다. 이에 뒤질세라 KTF·LG텔레콤도 다양한 할인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통사로부터 같은 번호 같은 회사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았던 장기 가입자들이 그간의 설움을 달랠 수 있을 전망이다. 이통사들의 장기 고객 끌어안기 경쟁은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 잠금장치 해제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MO) 등장 등으로 달라지는 시장 경쟁 상황에서 경쟁사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통사들의 달라진 요금정책은 장기 가입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단돈 몇푼이라도 통신요금을 절감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은 이통사들의 자세 변화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장기 고객 우대 상품에 대해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며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뒤늦게 단골 끌어안기에 나선 이통사들은 새로운 요금상품 출시에 앞서 고객의 신뢰 확보에 좀 더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김종윤<탐사보도팀장> j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