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터부 타파에 나선 이윤호 장관

[데스크라인]터부 타파에 나선 이윤호 장관

 새 정부 각료 중 세간의 이목을 가장 많이 받는 인물은 단연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다. 지식경제부는 성장엔진을 나누어 맡아온 산자부·정통부·과기부가 하나로 뭉쳐진 곳이다. 시장친화적, 친기업적 정책으로 제2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의지가 배어 있다. 이윤호 장관 개인도 관심의 대상이다. 그의 출신 성분부터가 그렇다. 그는 소위 대기업맨이다. LG경제연구원 원장으로 오랫동안 일해왔다. 전경련 상근부회장까지 지냈다. 장관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재계를 대변하던 인물이다. 이 장관은 좋든 싫든 이래저래 새 정부 각료 중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장관의 업무 스타일은 일단 상쾌하다. 행보에 거침이 없고 하는 말도 시원시원하다. 취임하자 마자 휴일도 없이 이곳저곳 현장을 방문해 직접 목소리를 듣기에 여념 없다. 현장을 중시하는 업무 자세야 이명박 대통령의 당부이자 지시이니 오롯이 그의 것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그가 쏟아낸 말은 예사롭지 않다. 취임 초부터 역대 정권이 금기시해 온 터부를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중소기업에 대한 시혜적 지원은 더는 없을 것이다.” “출연연 연구비 제도가 연구경쟁을 통한 성과촉진이라는 목적과 달리, 연구비 불안을 가져오고 생계형 R&D에 집중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지금까지 중소기업 정책은 어떤 미사여구를 붙이더라도 나눠주기식 시혜 차원이 골간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대기업 편향이라는 비판을 보상하려는 정치적 할리우드 액션이었다. 수 십년 동안 중소기업청까지 두고 지원을 해왔는 데도 아직 세계적인 강소기업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그 반증이다.

출연연들은 총인건비 중 30% 정도만 정부 출연금에서 확보하고 나머지는 외부 수탁으로 충당하고 있다. 소위 PBS제도다. PBS제도는 태어나서부터 줄곧 폐지되거나 개선돼야 한다는 따가운 지적을 받아왔다. 과거 한 출연연 원장은 자랑인지 자책인지 모를 이런 말을 했다. “이왕 연구비를 따내려면 (술값을 비싸게 받아내는) 강남의 술집을 벤치마킹 해라.”

지난 7일 경제단체장들과 만나서는 수도권 규제를 풀고 지방발전에 힘쓰겠다고 했다. 노사 화합, 외국인 투자, 수도권 규제 등 주요 사안별로 관련 기업이나 지역을 방문해 재계의 숙원인 각종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곪은 상처는 건드리기도 겁나지만 치유하기는 더 어렵다는 게 상식이다. 이 장관이 민간출신이어서 멋모르고 겁없는 말을 쏟아내고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직업이 경제연구원장이요 경제 일선의 ‘전봇대’와 씨름해 온 그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 출연연구기관 발전기획단, 민관합동 현장방문단처럼 나름의 해법까지 이미 준비해 놓은 그다.

가장 큰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 첫 방문지였던 철강계에선 중소기업들이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납품을 거부하는 사태가 터졌다. 우영이라는 오래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단가인하에 못이겨 도산했다. 울산 현대차에선 타 사업장보다 휴일 특근수당이 줄었다며 노노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지방발전을 함께 도모하기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적은 정치권에도 있다. 정치적 배려보다 효율과 합리를 앞세운 이 장관의 혁신의지는 표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정치권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장관의 혁신 행로와 성공여부는 그의 해법 능력과 정부 여당의 의지에 달렸다.

유성호 부국장<컴퓨팅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