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51위, 카이스트(KAIST) 132위, 포스텍(옛 포항공대) 233위, 연세대 236위, 고려대 243위, 성균관대 380위, 서강대 398위.”
더 타임스가 발표한 2007년 세계 대학 순위에서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대학들이 받은 초라한 성적표다. 50위권 안에는 전무하고 그나마 200위권 안에 서울대, 카이스트 단 두 곳뿐이다. 세계 경제규모 13위 국가에 걸맞은 결과인지 되묻고 싶을 뿐이다. 이에 비해 우리와 직접 경쟁하는 국가들 중 일본은 11개(도쿄대 17위, 교토대 25위, 오사카대 46위, 도쿄공대 90위, 도호쿠대 102위, 나고야대 112위, 규슈대 136위, 홋카이도대 151위, 게이오대 161위, 와세다대 180위, 고베대 197위), 중국은 6개(베이징대 36위, 칭화대 40위, 푸단대 85위, 난징대 125위, 중국과기대 155위, 상하이교통대 163위)다. 심지어 홍콩도 4개(홍콩대 18위, 홍콩중화대 38위, 홍콩과기대 53위, 홍콩시립대 149위)로 우리보다 앞섰다.
지난달 25일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훌륭한 인재를 길러 세계로 보내고 세계의 인재를 불러들이는 나라가 바로 내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밝히며 이것이 실용정부가 이룩하고자 하는 선진 일류국가의 꿈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고 교육현장에 자율과 창의 그리고 경쟁의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대학 사회에 혁신(이노베이션)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교수직=철밥통’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대학교수라는 자리는 젊었을 때 바짝 공부해 유학갔다 오면 평생을 보장받는 직업으로 여겨져 왔다. 한 번 전임으로 임용되면 대학 측도 간섭을 하지 않고 동료교수도 특유의 동업자 의식으로 감싸 안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교수는 수십년된 강의 노트로 수업을 진행하니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대학을 졸업해도 현장에서 써먹을 지식이 빈곤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고인 물은 누군가가 흘러갈 곳을 뚫어줘야 한다. 최근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연구실적이 부진한 교수 6명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서 총장은 올해 재임용 신청 교수 25명의 최종 심사에서 연구실적이 부진하거나 유명 국제 학술지에 조작된 논문을 발표한 교수를 퇴출했다. 앞으로 이들에게는 1년간 다른 자리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고 1년이 지나면 교문을 나가야 한다. 물론 이는 대학 사회 최초의 교수 퇴출로 기록될 전망이다. 연세대도 재임용을 신청한 비정년 교수 20명 가운데 5명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교수 퇴출이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줘 밥줄만은 끊지 말아야 한다고 동정론을 편다.
대학이 경쟁력을 갖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 중 최우선은 우수한 교원의 확보다. 우수한 교원은 대학 본연의 목적인 미래 세대 양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교수 퇴출을 선도한 서남표 총장은 그동안 틈나는 대로 “교수 사회에 경쟁이 없이는 대학이 결코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우리보다 앞선 대학이 널려 있는 미국에서는 능력 없는 교수가 나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가 전 세계 대학 순위에서 5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는 사실은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우리에게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교를 떠나라는 얘기는 교수 개인에게 학자로서 사형선고일 수 있다. 그러나 부존자원이 변변치 못한 대한민국이 국제무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원동력은 결국 인적자원뿐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이번 교수 퇴출을 대학사회가 거듭나는 계기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홍승모팀장@전자신문, sm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