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여수엑스포, 로켓을 쏘자

 #로켓이야기 1.

 5년 전 여름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딸의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났다.

 호사스러운 남도 맛 기행을 기획했다. 섬진강 은어회와 참게매운탕을 지겹도록 먹어보자는 속셈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우주여행간다’고 둘러댔다. 외나로도를 방문하는 일정도 넣어뒀기 때문이다.

 통영과 거제를 들러 외나로도에 도착했다. 항우연 우주센터 관계자들을 만났다. 얼굴은 해풍과 햇살에 시달려 까칠했지만 당당했다. ‘우주센터 기공식 환영’ 현수막이 나붙었다. 잔치 분위기였다. 근처에서 저녁을 먹으며, 연구원들에게 했던 한마디 말, ‘소름돋도록 자랑스럽습니다’였다.

 #로켓이야기 2.

 2000년 봄쯤. 대전에 내려가 항우연 채연석 박사와 대덕연구단지 상가 삼겹살집에서 소주를 마셨다. 술을 못하는 채박사였지만, 내 앞에서는 곧잘했다. 울분에 차 있었다. “외나로도 우주센터 과제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서 더 이상 우주센터 건립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실용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중장기 과학기술과제를 현재의 실용가치를 기준 삼아 평가한 것이 문제였다. 술맛이 썼다. 이후 우리는 한동안 과기부장관과 국회의원을 찾아다니는 로비스트 신세가 됐다.

 #로켓이야기 3.

 1999년 2월, 로켓발사장 건립이 확정됐다. 그를 만났다. “자체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우주센터(당시는 발사장)를 만들어야 한다”는 꿈이 실현된다는 것을 신기해했다. ‘로켓발사장’이라는 이름을 ‘우주센터’로 바꾸자는 이름도 그날 저녁자리에서 나왔다. ‘안면도 핵폐기장’ 같은 느낌을 준다는 우려에서였다. 그해 11월 외나로도가 11개 지역과 경합 끝에 우주센터 건설부지로 결정됐다.

 #로켓이야기 4.

 1998년 8월 31일, 북한이 최대사거리 2200㎞급 대포동 1호를 실험 발사했다. 북한은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했다. 대포동 1호는 3단계 로켓을 이용한다. 아찔했다. ‘로켓 발사장’이 필요했다. 항우연 자료실에서 오후 내내 로켓에 대한 서적을 뒤졌다. 1992년 국내에서 로켓발사장 타당성 조사를 한 보고서를 찾았다. 마라도·울진 등이 그 대상지였다. ‘로켓 발사장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기사화했다. 반응은 예상 외로 뜨거웠다. 과학기술계와 과기정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1998년 11월 로켓발사장이 국책과제로 채택됐다.

 #로켓이야기 5.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존 F 케네디 우주센터’와 ‘공군기지’는 우주선 발사장소로 유명하다. 우주선이 쏘아올려질 때면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든다.

 나로우주센터는 2012년 5월 엑스포가 열릴 여수시에서 남서쪽으로 불과 38㎞ 떨어져 있는 외나로도에 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여수엑스포가 해양엑스포인 동시에 우주엑스포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엑스포 조직위와 정부의 조율과정이 필수적이다.

 여수를 찾은 관람객은 엑스포 현장에서 돗자리 펴고 로켓 발사장면-지상 최대 해양 우주쇼-를 볼수 있다. 2012년 전후 발사예정인 위성 발사시기를 조금만 조절해도 가능하다. 여수엑스포는 역사상 실제 로켓 발사장면을 보여주는 최초의 엑스포가 된다. 여수는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에 이어, ‘우주로 향한 우리의 꿈’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멋진 일이다.

 김상룡 경제과학부 차장@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