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 정치권까지 `KISDI 인맥` 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인맥이 급부상하고 있다.

 KISDI는 지난 1985년 통신정책연구소가 설립된 후, 법에 근거해 1988년 통신개발연구원으로 확대되면서 명칭을 바꾸기까지 20여년간 국내 통신정책 및 이론을 만들어낸 산실이다.

 KISDI 출신들은 90년대 이후 이미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통신산업계에 인맥을 형성하고 있으나,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행정조직 및 정치권 인맥 형성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보이며 새삼 주목받고 있다.

 KISDI 출신이 주목받게 된 계기는 청와대 방송통신정책비서관(1급)으로 양유석 중앙대 교수가 임명되면 서다. 양 비서관은 1991년부터 10여년간 KISDI 연구위원으로 재직한 인물로 KISDI 출신 OB 맴버 모임(통우회)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동해·삼척지구에 공천을 받은 정인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보통신위원회(ICCP) 부의장도 KISDI 출신이다. 정 부의장은 특히 KISDI 부원장을 역임한 후 차기 원장 공모에 응모,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나 KISDI 연구원으로 잔류해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 칠곡지역에 전략공천을 받은 석호익 전 정통부 정보화정책실장은 KISDI 연구원 출신은 아니지만, 공천 직전 까지 KISDI 원장직을 수행했다.

 KISDI 외부 인맥으로는 SK텔레콤이 단연 꼽힌다. SKT 내 KISDI 출신 임원들은 계열사를 포함 7명에 달하고, 실무급까지 포함하면 수십여명이 이른다. SK아카데미 정보통신연구실장을 맡고 있는 이인찬 박사나 하나로텔레콤 신임 대표로 내정된 조신 박사 모두 젊은 시절을 KISDI에 몸담았다.

 서정원 홍보2담당, 하성호 정책개발그룹장, 한수용 중국사업부문 상무, 박영철 u시티사업추진단 상무, 그리고 TU미디어의 박기한 상무 모두 KISDI에서 동고동락한 선후배, 동료관계다.

 경쟁사에서는 KT의 한훈 전무가 유일하다. 한 전무는 한솔PCS로 옮겨가기 전 KISDI에 몸담았으며, KTF 합병을 거쳐 현재 KT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도 KISDI 원장 출신이다.

 SKT에 유독 KISDI 멤버가 몰린 이유는 신세기통신 인수, 합병 이후 격변하는 통신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SKT가 일종의 ‘정책 전위부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경영 및 경제학 석·박사급의 인재를 적극 영입해 정책 개발에 적극 나선 것. KISDI 출신 SKT 관계자는 “당시 이직할 경우 시장을 리드하는 SKT로 가는 게 당연시됐다”고 회고한다.

 SKT가 KISDI 인맥을 장악했다면, 상대적으로 KT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맥이 형성됐다. 당시만 해도 ETRI는 국내 유일한 국책 R&D 개발 연구소로서 다수 인재를 확보하고 있어, 기술이전에 따른 제조업과 공기업이었던 KT로 다수 이직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