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시크릿`

 ‘시크릿’ 열풍이 대단하다. 호주의 전직 TV프로듀서가 쓴 자기계발서인 이 책은 19주째 베스트셀러 1위 자리(예스24 집계)를 지키고 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긍정적인 생각과 간절한 믿음이 만나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생각을 하면 자석과 같은 강력한 자력에 끌리는 ‘끌림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얼마 전 한 지인이 이 책을 건네면서 한 말이 기억난다. “이게 요즘 유명한 그 책입니다. 조금만 읽어봐도 이 책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굳이 다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뻔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몇 페이지 넘겨 보니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가 갔다. 뒷부분 얘기가 궁금해서 먼저 봤지만 역시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책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에 끊임없이 감사하라고 한다. 늘 보고 들으면서도 깨닫지 못하면 그만이다. 시크릿은 극히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시크릿이 말하는 비밀이다.

 최근 대만·일본 클러스터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대만 신주과학공원과 일본 수도권산업활성화협회(타마·TAMA)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 성공 사례를 배우러 왔다는 우리에게 타마 관계자는 활성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거품경제가 붕괴되고 일본 전역이 침체에 빠졌지만 이 지역만은 예외였다. 조사해 보니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나 독창적인 제품을 가진 회사들이 많다. 대학 중에서도 이공계 대학이 많고 대기업 연구소도 몰려 있다. 국도 16호선이 관통해 물류도 편하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과 대학, 연구소 간 연계를 꾀하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겠다 싶어 협회가 만들어졌다. 대기업 OB나 대학교수 출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코디네이터가 있어 기업활동을 도와준다. 최근엔 클러스터 프로듀서를 통해 이 지역 기업과 대기업 간 판로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극히 일반적인 이야기다. 고개는 연신 끄덕였지만 그 뭔가(시크릿)가 없다. 듣고 싶었던 성공 비결은 없다. 한국에도 대학·연구소·기업이 모여 있고 정부가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까지 지정해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물리적인 환경은 비슷하게 갖춰졌는데 타마는 되고 다른 곳은 안 되는 이유는 뭘까. 되돌아온 답은 간결했다. ‘야루 키(やる氣:하고자 하는 의지)’였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정부 지원이 보장되더라도 기업이나 연구소·대학에 ‘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허사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여러 곳에서 제2의 실리콘밸리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수없이 진행됐지만 실패로 끝난 것도 따지고 보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여러 번 실패로 돌아갔고 영국 케임브리지 과학단지도 80년대 강력한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기업 풍토를 극복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는 되새겨볼 만하다.

 최근 벤처 기업과 대학, 연구소, 정부기관 등이 결집하면서 자생적인 클러스터로 부상 중인 서울 구로디지털밸리와 성남 지역엔 ‘제2의 실리콘밸리’로 가는 ‘시크릿’이 있는 것 같다.

  주문정·디지털산업부 차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