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불안하다. ‘생쥐 대가리 새우깡’ ‘곰팡이 즉석밥’ 등 최근 유명 식품회사의 가공식품에서 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잇따르면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다음에는 어떤 식품 차례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식품안전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을 지켜본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착잡한 심정이다. 일본에서 터진 ‘중국산 농약 만두’ 사태를 보면서 속으로 ‘중국산이 다 그렇지’ 하며 비아냥거렸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은 식품안전 사고가 국내에서 연이어 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실망스러운 것은 사고가 터진 이후 업체들이 보여준 안일한 대처방식이다. 원인 규명은 뒷전이고 잡아떼거나 중국산 반제품 운운하며 남 탓으로 돌리기 급급했다.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처벌규정을 강화해 업체들이 불량식품을 다시 만들지 못하도록 더욱 철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 못지않게 국가 경제를 이끌어 나갈 먹거리 산업도 불안하다. 대표적인 곳이 문화콘텐츠 산업이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불량식품만큼이나 자주 발생하는 불법복제 등 저작권 문제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게임·영화·캐릭터 등 문화콘텐츠 산업은 반도체·휴대폰 등 정보통신산업과 함께 21세기를 주도할 신성장 먹거리산업 중 하나다. 최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전국 15세 이상 34세 이하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21세기를 주도할 먹거리 산업으로 ‘문화콘텐츠 산업’(27.3%)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또 ‘향후 5년 내 청소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유망직업군’을 묻는 질문에도 가장 많은 40.6%가 ‘콘텐츠 개발자’를 꼽았다.
이처럼 젊은 세대가 문화콘텐츠 산업에 거는 기대가 매우 높다. 반면에 업계는 이 산업의 향후 비전에 불안한 전망을 갖고 있다.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불법복제 등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특히 일부 청소년들이 저작권 침해로 미래의 먹거리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간 불법복제로 인한 콘텐츠 산업의 매출 손실은 약 2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게임(6조원)·캐릭터(4조5000억원)·음악(1조8000억원)·만화(7300억원)·애니메이션(2900억원) 등 주요 콘텐츠산업의 시장규모(2006년 기준)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큰 엄청난 액수다.
불법복제로 인해 매출 손실은 차치하고라도 저작권자의 창작의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자의 권리는 보호받아야 한다. 다만 저작권을 잘 알지도 못하는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고소장을 남발하고 합의금을 뜯어내는 일부 법무법인의 부적절한 행태를 방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저작권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이로 인해 향후 문화콘텐츠 산업을 이끌어 갈 청소년이 문화콘텐츠에 부정적 인식을 갖지 않을지 우려된다.
불법복제 등 저작권 침해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문화콘텐츠 산업이 더 이상 불안한 먹거리가 아닌 21세기 한국경제를 이끌 주력 산업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을 때다.
김종윤<탐사보도팀장>@전자신문, j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