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늪에 빠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회복시기는 언제쯤일까.’
반도체 경기 회복시점을 올 2분기 또는 하반기로 보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희망섞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장조사기관들은 ‘연내 회복 불가능’에 무게중심을 둔 비관적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따라서 ‘V자’ 반등의 기대와는 달리 지금의 반도체 경기 둔화 국면은 올해도 지속돼 ‘U자’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대에 못미친 3%대 성장= 가트너데이터퀘스트는 세계 반도체시장 결산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은 2739억달러로 전년 대비 3.8% 증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2003∼2006년까지의 연간 평균 성장률 14.2%에 훨씬 못미치는 저조한 수치다. 특히 세계 상위 25위권 반도체 업체 중 10개 업체가 매출액 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5개사의 평균성장률 4.0%에 미치지 못하는 업체도 15개 나왔다. 여기엔 1.6% 성장으로 집계된 삼성전자도 포함됐다.
이 와중에도 인텔, 하이닉스반도체, 소니, 마벨테크놀로지 등 7개 업체는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20.8%가 성장한 도시바, 24.1% 성장한 퀄컴, 25.2% 성장한 엔비디아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들 세 업체는 반도체 매출 순위면에서도 3∼4단계 껑충 뛰어올랐다. 결국 지난해는 저성장 또는 마이너스성장 업체와 급신장 업체의 양극화현상이 두드러졌던 해로 정리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IDC는 지난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3.2%로 집계했다. 양 조사기관의 집계는 0.6%포인트의 편차를 보이지만 2003년 이후 연간성장률이 5%대 미만으로 추락한 건 처음이다.
◇연내 시장 회복은 물건너갔나= 3일 UBS는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을 4%로 수정해 발표했다. 연초에 7% 성장이 가능할 거라던 자체 통계를 대폭 줄여 다시 발표했다. 지난해 경험했던 반도체 불황을 올해에도 피해갈 수 없음을 예고한 셈이다. 지난해 불황은 금융위기 불안 가중과 유가급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도 한몫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 폭락에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에도 이어진다는 게 UBS의 전망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주력제품인 D램시장의 올해 세계 시장 규모는 277억달러로, 전년대비 11% 가량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리차드 고든 가트너 반도체부문 애널리스트는 “두자릿수 성장 경험은 오래된 과거 일이 됐으며 반도체산업 부흥을 견인할 성장동력 산업이 더이상 눈에 띄지 않아 반도체 업계는 한자리수 성장에 익숙해져야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위안은 불황의 터널을 내년엔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UBS 역시 올해 4%대의 저성장을 거치고 나면 내년엔 8.5%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정훈기자 jhchoi@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7년 업체별 반도체 시장점유율 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