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기방통위시대](2부)방송규제 새 질서 세우자 ① 탈(脫) 정치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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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9일 공포·시행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제1조 목적).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는 것’도 같은 조항에 담겼다. 대통령의 멘토라는 최시중 초대 방통위원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한 것도 방송의 독립성, 공익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걱정을 불식하는 데 필요한 ‘방송규제 새 질서’가 무엇일지 5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정치 중립적이고 엄격한 잣대를 마련하라.’

 첫 손가락에 꼽을 방송규제 새 질서, 새 원칙이다. 방송 이용자(국민)의 복지와 보편적 서비스 실현을 위한 방통위 운영원칙인 셈이다.

 옛 방송위 직원 A는 “사실 옛 방송위원회는 정치판 놀음이었다. 합리적이거나 객관적인 기준보다 어느 쪽 정치력과 입김이 센지에 따라 규제 방향과 강도가 흔들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다수 언론학자의 인식도 이와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규제를 예측하기 어려워 시장과 산업에 혼선을 빚고 공익을 훼손하는 사례가 많았다”는가 하면 “정권이 바뀌면 방송위 안에 새로운 ‘줄’이 서고, 그 줄이 곧 규제이자 정책 기준이었다”는 말이 옛 방송위 직원 B·C·D로 이어졌다. 실제로 “참여 정부에서 이른바 ‘잘나갔던 사람들’이 이명박정부에 들어 자리 보전이 어려워졌다”는 자괴까지 쏟아졌다.

 언론학자 E는 이와 관련, “방송은 전파희소성에 따른 수탁제를 바탕으로 삼아 여론의 다양성, 다원성을 담아낼 공적 그릇”이라며 “제1기 방통위가 정치에 휘둘렸던 옛 방송위 과오를 떨치고 엄격한 중립성을 세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는 특히 “최근 일부에서 의도적으로 쟁점화하려는 ‘방송 소유·겸영 규제 완화’와 같은 문제로부터 정치적, 사적 이해를 배제할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언론학자 F도 “방송 겸영 규제가 지분제한 등과 함께 이중 규제적이고 방송통신 융합 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소유·겸영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F는 또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작년 말 상위 20개 시장에 한해 신문에 1개 TV나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도록 겸영 관련 규정을 개정했으며 겸영 허용이 대세인 것처럼 포장하는 사례도 있으나 FCC의 개정안을 잘 들여다보면 오히려 겸영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강화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FCC의 개정안에 따라 특정 신문사가 방송을 함께 소유하려면 △상업방송이 최대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는 20개 지역(DMA) 가운데 1개 시장에서만 가능하고 △합병 대상이 TV는 합병한 뒤 그 DMA 안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주요 매체가 8개 이상 남아 있어야 하며 △같은 DMA 안의 상위 4위에 드는 TV방송국에는 아예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신문이 방송을 합병하려면 △방송국 양도자(waiver)가 실패하고 있거나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합병된 방송은 주당 최소 7시간의 지역 뉴스 프로그램 신설해야 하며 △합병되는 방송사의 편집국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할 것인지와 미래 투자공약까지 해야 하는 등 사실상 ‘겸영을 막는 조치’라는 게 복수 언론학자들의 진단이다.

 이 밖에 방송프로그램 공익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며, 지역 방송 발전을 위한 ‘탈 정치적 규제·정책’에 대한 갈증이 더해가는 추세다.

  이은용기자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