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3위 반도체 회사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NXP가 연내 휴대폰 반도체 합작 회사를 출범한다. ST마이크로가 지분의 80%를, NXP가 나머지 20%를 투자하고 양사의 사업 조직과 인력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ST마이크로는 경영 주도권을 갖는 대가로 NXP에 15억5000만달러를 지불하고 NXP는 3년 후 합작법인의 지분 20%를 전액 매각해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합작법인은 3세대 비동기식 이동통신기술 UMTS와 중국 3G TD-SCDMA 표준 뿐 아니라, 와이파이, 블루투스, GPS, FM 라디오, USB 및 UWB(Ultra-wideband) 등 수천 개의 특허를 보유, 무선 및 모바일 멀티미디어 반도체 사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최근 NXP가 인수한 실리콘 래버러터리의 무선 사업부와 글로나브의 GPS 사업부도 합작사에 통합된다. 합작법인의 규모는 매출 30억달러, 영업이익 2억달러(지난해 양사 사업부 실적 기준)에 이른다.
본사는 스위스 제네바이며 전체 직원 수는 네덜란드 사업장 인력까지 모두 합쳐 9000명 가량이다. 반도체 생산은 파운드리업체에 일임하고 개발에 전념하는 팹리스업체 형태로 운영한다. 단,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두 곳에 연구개발용 제조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새 법인의 최고경영자(CEO)는 ST마이크로가 지명하며 카를로 보조티 ST마이크로CEO와 프란스 반 하우튼 NXP CEO를 포함한 이사회가 경영을 책임진다.
◇뉴스의 눈
ST마이크로·NXP 사업부 합병 선언은 휴대폰 반도체 시장에 메가톤급 태풍이나 다름없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14%로 퀄컴(18%), TI(16%)에 이어 세번째다. 서열 상으로는 3위이나 실제 파급력은 이를 초월할 전망이다. 신설 합작법인은 ST마이크로에서 반도체를 대부분 조달해 온 노키아와 NXP와 공급 계약을 맺은 삼성전자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소니에릭슨도 합작사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가 됐다. 즉, 휴대폰 업계 1,2위와 4위 업체와 손잡고 단숨에 퀄컴과 TI를 위협하는 휴대폰 반도체 시장 강자로 부상한 것이다.
카를로 보조티 ST마이크로 CEO는 “이 합작사의 강점은 핵심 고객(휴대폰업체)과의 관계에 있다”며 두 모회사의 고객이 가장 큰 자산임을 강조했다.
NXP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사실상 휴대폰 반도체 시장에서 철수하게 됐다. 현금 15억5000만달러와 3년 후 지분 매각을 조건으로 ST마이크로에 사업조직과 관련 기술 특허를 모두 넘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프란스 반 하우튼 NXP CEO는 “이번 거래로 NXP의 포트폴리오를 개혁하고, 우리의 현금 보유고를 향상시키게 됐다”며 남은 사업부인 멀티마켓 반도체, 자동차, ID 및 가전 반도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편, 시장 조사 회사인 아이서플라이 (iSuppli)에 따르면, 전세계 휴대폰 시장은 2007년 11억5,000만 대였으며, 2011년까지 매년 8%씩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휴대폰 반도체 시장은 2007년 전세계 반도체 시장(TAM)의 14%를 차지하며 전체 반도체 분야 중 2번째로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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