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희망적 샌드위치론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간에 끼여있는 신세.” 이건희 삼성 회장(2007년 1월)

 “지난 10년간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IT산업은 성장동력으로서 한계에 부딪혔다.” 한국은행 보고서(2007년 3월)

 “한국 경제는 기술장벽 샌드위치, 이익장벽 샌드위치, 시장지배 샌드위치, 첨단산업 샌드위치 상황.” 오노 히사시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지점장(2007년 6월)

 ‘샌드위치론’이다. 한국 위기론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단골메뉴인 이 말이 작년에 관가와 업계, 학계, 연구계 할 것 없이 이슈가 됐고 말도 많았다. 유사한 말인 ‘넛크래커론’이 1997년에 처음 나왔다가 잠잠해지나 싶었더니 샌드위치론이 불쑥 튀어나와 세간을 시끄럽게 했다. 다름아닌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샌드위치론을 꺼내들었을 때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건 청와대였다. 같은 날 오전엔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인터넷신문과 공중파 방송을 시작으로 다음날 조간에 대문짝만한 대통령 사진과 관련기사가 장식됐어야 하는데 온통 샌드위치론으로 도배됐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한 마디. 샌드위치론에 청와대가 완전히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 이후 샌드위치론은 급속하게 퍼져나갔고 웬만한 경영 특강, 보고서 등의 단골 메뉴가 됐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이라는 식빵에 갇힌 햄이 돼 금방이라도 숨막혀 죽기라도 할 것 같았다.

 이런 샌드위치론에 희망을 갖게 한 계기가 있었다. 지난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업계·산하기관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한 자리였다. 옛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가 지식경제부로 합쳐진 후 처음 갖는 정부·업계·산하기관 간 소통의 시간이었다. 수도권 규제 문제를 비롯해 중소기업 범위, 상속세 경감,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문제 등 현안에 대한 문제제기와 건의가 쏟아졌다. 이 장관도 지경부가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실행하고 풀어야 할 부분은 합리적으로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경부가 업계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IT 30 릴레이’의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다.

 하지만, 간담회에서 오고 간 내용보다 더 의미를 두고 싶은 건 간담회에 앞서 5분여 동안 진행된 이감열 전자산업진흥회 부회장의 브리핑이다. 한국이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의 전자산업 생산·수출국이라는 점. 전자산업이 국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9%이고 부가가치 비중도 27.3%에 이를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라는 점. 이 정도는 인터넷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브리핑 말미에 이끌어낸 희망적 샌드위치론은 색달랐다.

 중국을 단순히 추격자로만 볼 게 아니라 한국 옆에 있는 거대 시장으로 활용하고 아래에 위치한 일본과는 기술경쟁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희망적 샌드위치론이다. 이제 중국과 일본이라는 식빵 속에 갇혀 숨도 못 쉬는 햄(한국)을 형상화하는 비관적 샌드위치가 아니라 희망적으로 가져가자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은 때로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아이디어도 생겨나게 한다.

주문정기자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