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우주인 이소연이 남긴 것

 우주에 다녀온다는 것이 ‘돈’으로만 되는,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지난 19일 지구로 귀환한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씨의 건강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기에 하는 소리다. 귀환하자마자 러시아어로 ‘허리가 아프다. 움직이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는 소리도 나온다. 귀환모듈이 대기권에 들어설 때 지상과 30도 각도를 유지해야 예상 위치에 부드러운 정상 착지가 가능한데 10도 이상 오차가 생겼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귀환모듈 착지상태인 30㎝ 깊이의 움푹 패인 웅덩이만 봐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낙하산은 정상적으로 펴졌으나 귀환모듈은 빗각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착륙을 부드럽게 하는 추력 엔진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충격은 자동차가 27㎞ 속도로 부딪치는 것과 맞먹는다.

 정상인도 견디기 힘들텐데 신체의 모든 관절이 늘어나 있는 이소연씨의 상태에서 보면 더욱 위험천만한 일이다.

 본래 귀환모듈의 정상적인 착지는 대기권 진입 8분 후인 지상 10.8㎞ 높이에서 낙하산이 펴지며 속도가 시간당 27㎞ 정도로 줄고, 다시 지상 1m 위치에서 추력 엔진 6개가 자동 점화해 시속 5.8㎞ 속도로 소프트 랜딩을 해야 한다.

 이소연씨는 소유스 발사에서 귀환까지 목숨 건 모험을 한 셈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한국 최초, 여성으로서 아시아에서 두 번째, 전 세계적으로는 475번째 우주인 배출국이 됐다.

 우주 과학실험이야 9일간 진행된 기초적인 것이니, 큰 의미가 없겠지만 이를 통해 청소년을 과학기술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는 톡톡히 한몫을 했다. 이번 우주인 배출로 우주 과학에 대한 지식과 국민적인 인식 정도도 10년 이상 끌어올린 것이 사실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이루어진 이명박 대통령과의 영상 대화에선 “우주과학 시대를 여는 데 힘을 다해서 말 그대로 과학인이 존경받고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국가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최대한 쏟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이소연씨는 심지어 여성계 트렌드를 바꾸는 데 기여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동안 연예인 기준은 얼굴이 작고 날씬한 8등신형 미인이었지만 이소연씨로 인해 이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튼튼해 보이는 건강미에 얼굴이 좀 크면 어떠냐는 식이다. 체중이 적당히 나가도 상관없다는 인식이다. ‘이소연 패션’도 있다.

 우주선에서 입었던 붉은색 티셔츠가 눈길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소연씨는 항우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씨로 인해 주력 사업이 위성과 로켓인지 우주인 사업인지 애매모호하게 돼 버렸다. 당장은 올해 말 자력으로 쏘아 올릴 ‘KSLVⅠ’과 ‘과학기술위성 2호’에 주력해야 하는데, 우주인 사업에 눌려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더욱이 우주인 한 명을 위해 수십 명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 지원했던 일이며, 수많은 밤을 뜬 눈으로 지새야 했던 연구원들의 역할도 이씨에 가려 묻혀 버렸다. ‘공’이 1인에 몰리면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일궜다는 인식보다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 큰 탓이다. 물론 260억원을 들인 투자 대비 효율성이나, 우주관광객 여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서 말이다.

 그렇다고 지난 일과 현재에 안주해선 안 된다. 한 것은 한 것이고, 할 일은 할 일이기 때문이다. 백홍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말대로 이제는 나로우주센터의 자력 위성 발사에 올인할 때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