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양극화의 근원은 교육이다

 삼성이 또 한 번 충격적인 인사쇄신을 단행했다.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얼마 전 퇴임했다. 그의 그림자였던 이학수 부회장도 다음달이면 물러난다. 이번에는 삼성의 얼굴, 혁신의 전도사 윤종용 부회장마저 용퇴했다. 항공모함을 비롯해 구축함, 순양함 선장들을 겁도 없이 한꺼번에 갈아치우고 있다.

 거대한 삼성의 저력이 또 한 번 느껴지는 순간이다. 대대적 쇄신은 환골탈태하겠다는 오버액션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신감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물은 얼마든지 있다는 자신감이다.

 부럽다. 삼성은 막강한 인재 풀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인재 사관학교라 불릴 정도다. 그저 얻은 것은 아니다. 인재 양성에 온힘을 쏟은 덕분이다.

 인사가 만사라지만 어디까지나 인재가 부족할 때의 얘기다. 역대 정권들이 빈약한 인재 풀로 얼마나 고생했는가. 삼성에는 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인사가 아닌 교육이 만사다.

 지금은 중소기업주간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보고서가 눈에 띈다. 한국에서는 5년 이상 굴러가는 중소기업이 열 가운데 둘뿐이다. 30년 이상 장수기업은 백에 둘도 안 된다.

 또 한 번 부러워진다. 일본은 중소기업중 열에 일곱이 5년 이상 존속한다. 생산성도 우리의 두 배다.

 우리 중소기업의 척박한 현실이 가슴 아프다. 중소기업은 그 이유로 불공정 하도급을 제1순위로 꼽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기업의 횡포가 우리보다 심한 곳은 없다.

 그렇다고 반드시 맞는 말도 아니다. 중소기업 스스로 인력부족이 가장 큰 경영 위협요인이라고 했다. 불공정 하도급에 휘둘리는 것도 기실 인력 부족의 탓이 크다. 선진국의 대기업이라고 모든 중소기업에 문호를 활짝 열어주지는 않는다.

 문제는 바로 사람이다. 대기업은 인재양성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만큼 경쟁력도 높아만 간다.

중소기업은 재교육에 인색하다. 인재는 갈수록 고갈된다. 경쟁력은 나날이 떨어진다. 빈곤의 악순환이다.

 중소기업만의 책임은 아니다. 우리의 잘못된 교육시스템에도 있다. 부모들은 자식의 행동거지에 관심조차 없다. 밥을 어떻게 먹든, 이부자리를 정리하든 말든, 옷을 벗어 어떻게 내팽개치든 상관하지 않는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 어떻게든 자식의 머리에 지식을 집어넣기에만 연연한다. 선생님은 학부모가 무섭다. 제자를 야단칠 엄두도 못낸다. 학생들은 힘든 일을 참지 못한다. 잡아놓은 고기를 먹을 줄만 알지 잡을 줄은 모른다. 부모나 학원 강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젊은이들은 취업전쟁이라지만 기업은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푸념이다.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에 전가된다. 신입사원 재교육은 이제 필수다.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를 야생에 적응시키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사회도 점점 복잡해져 문제해결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교육과정은 갈수록 늘어난다. 직장인 한평생은 재교육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어엿한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에 한해서다.

 중소기업들은 제대로 된 인력을 구하기도, 재교육을 시키기도 어렵다. 시간도, 돈도, 의지도 부족하다. 인재의 빈익빈, 재교육의 부익부다. 잘못된 교육제도, 부실한 재교육이 양극화를 확대재생산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