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저작권이 ‘돈’되는 세상이지만...

 인기가수 A씨에게는 비밀 통장이 하나 있다. 저작권 수입이 들어오는 통장이다. 싱어송 라이터로 활동하면서 다수의 히트곡을 낸 그였기에 저작권 수입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는 데뷔 이후 한 번도 통장을 열어보지 않았다. 10년 후에 통장의 잔액을 보고 기절하는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라고 그는 너스레를 떨었다. 한 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그의 말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는 저작권 보호가 강화되면서 저작권 사용료(로열티)로 엄청난 수입을 거두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1963년 데뷔한 영국그룹 비틀스. 그들은 불과 7년 활동했지만 50여곡의 히트곡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10억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비틀스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18조원이 넘는 저작권 수입을 올렸으며 지금도 연간 4000억원 정도의 저작권 수입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최근 수년간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저작권 수입 덕분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작권만으로 1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롤링은 향후 이보다 훨씬 많은 저작권 수입이 예상된다.

 이처럼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 저작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미국은 월트디즈니의 대표 캐릭터 ‘미키마우스’의 저작권 보호 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20년 연장하기 위해 자국의 저작권법을 개정했다. 저작권 수입 확대를 노린 포석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미 FTA 협상에서 쇠고기 문제와 함께 저작권 공세를 강화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와 ‘쥐’를 앞세워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는 경제 대국 미국의 노력이 눈물겹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더 안쓰러운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일부 법무법인이 네티즌을 대상으로 이른바 ‘저작권 장사’를 하고 있다. 저작권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법무법인들의 무차별적인 고소로 청소년이 자살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돈벌이에 급급해하고 있다. 일부 법무법인은 저작권법에 무지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더 많은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시간차 공격’까지 서슴치 않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해외 뉴스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 얼마 전 한인 세탁소 업주를 상대로 ‘500억원 바지 소송’을 벌이다 패소해 망신을 당한 미국인 판사의 일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자신문에서 ‘저작권 침해의 덫’이라는 제목의 탐사기획기사가 연재된 이후 법무법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며 해법을 묻는 독자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그들의 ‘영업’을 막을 방법이 딱히 없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사·배포하는 행위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저작권자들이 말하는 창작의 고통 또한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청소년에게 무작정 형법의 잣대를 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 모기를 잡기 위해 칼을 빼든 격이다. 저작권이 돈이 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을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할지 답답한 심정이다. 혹시 당신의 자녀도 혼자서 속앓이를 하고 있을지 모르니 한번쯤 챙겨 볼 일이다. 김종윤<탐사보도팀장> j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