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촛불집회와 웹 2.0

 우리는 인류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참여와 개방이라는 웹2.0 시대의 표현의 자유와 사회 안전망인 개인정보보호가 정면 충돌했다. 그 현장이 바로 촛불집회다. 촛불집회의 위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군중의 수나 힘 때문만은 아니다. 웹2.0으로 진화하고 있는 인터넷과 결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의 목소리가 들불처럼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된다. UCC나 블로그 등 1인미디어는 시위현장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온 국민이 마치 시위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중국의 천안문 사태나 2002년 대선에서도 인터넷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오프라인에 부속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오프라인과 한 몸이다. 인터넷 활용이 정보의 수용에서 참여와 공유로 발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는 말로만 듣던 웹2.0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촛불집회를 촉발시킨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정부의 안일한 쇠고기 수입 개방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정부의 무책임하고 오락가락하는 개인정보보호 대책이 도사리고 있다.

 개똥녀 사건 등 수많은 악플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갈수록 불거졌지만 정부는 나몰라라 했다. 포털에 명예훼손의 책임과 게시물과 악플 삭제 책임을 부과한 것은 결국 정부가 아닌 법원이었다. 정보통신망법과 민법에 해당 조항이 있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는 서둘러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실시했다. 실명제에 더 욕심이 났으나 인터넷의 익명성과 표현의 자유에 어긋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자 내놓은 타협책이었다. 인터넷 게시판에 실명이 아닌 ID로 의견이나 댓글을 올리도록 하되 주민등록번호로 본인임을 확인토록 한 방안이다. 언제든 ID를 추적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이러니하게도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악플을 줄이는 효과보다 대부분이 청소년인 저작권침해자 추적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두 달 뒤 정부는 2008년 3월부터 아이핀 사용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특정 사이트에서만 관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모든 인터넷사이트에서는 아이핀으로 개인정보를 확인할수 있을 뿐 보유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제한적 본인확인제도 아이핀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핀 의무도입은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지핀과의 중복논란으로 여전히 유야무야인 상태다. 당초 의무화시점을 넘긴 지난 4월 정부는 다시 아이핀 의무화 의지를 밝혔다. 옥션 해킹과 하나로텔레콤의 정보유출로 다시 한번 개인 정보보호 문제가 뜨거워진 때였다. 물론 G핀과의 중복 논란의 대책은 없었고 실시 시기도 불투명한 채다. 이 와중에 정부는 또다시 부랴부랴 제한적 본인확인제 카드를 꺼냈다 큰코만 다쳤다. 쇠고기 수입 개방과 관련한 이른바 인터넷 괴담을 막기 위해서였지만 네티즌의 거센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보호는 어느 한 쪽도 희생될 수는 없는 헌법상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다. 촛불집회에서 보듯 더 이상 일방통행이나 미봉책은 통하지 않는다. 탁상공론이 아니라 참여와 공유를 통한 투명하고 양방향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