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만난다.”
지난주 전자신문이 KOTRA 8개 해외지역 본부장(무역관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e메일 인터뷰 가운데 ‘지금이 한국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적기인가’라는 설문의 공통된 답변이다. 지극히 평범한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 진리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이들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전략적인 준비가 부족하다며 현지문화 적응과 제품의 현지화에 적극적인 투자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어떤 기업도 글로벌 경영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대다. 따라서 해외 시장 개척은 기업이 반드시 이뤄야 할 지상과제다. 특히 협소한 내수 시장에서 더는 성장동력을 찾지 못할 때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8개 코트라 해외지역 본부장들은 한목소리로 ‘기술력 하나만 믿고 성급히 해외 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큰 성과를 올리려는 욕심보다는 작은 부문부터 시작해 현지 파트너나 인력 활용 정도를 점차 높여 가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계획을 짜라고 강조했다.
오는 8월 올림픽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에 가면 낯익은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가 베이징시와 50 대 50으로 합작 설립한 베이징현대차에서 생산한 차들이다. 우선 시와 합작을 했으니 시가 운영하는 공영버스의 상당수가 베이징현대차에서 만든 차들이다.
지난 2002년 10월 EF쏘나타를 처음으로 출시할 때만 해도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론칭할 것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미 중국 시장에 진출한 벤츠·BMW·도요타 등 선진국 자동차 회사의 점유율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부터 중국 시장의 급성장을 예견한 현대차는 수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중국인의 취향에 맞는 현지 모델 구성에 주력했다. 새 차종을 개발하기 위한 기획 단계부터 현지인 임원을 직접 참여시켰다. EF쏘나타를 내놓을 때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색상인 붉은색을 주력으로 삼았고 이는 폭발적인 반응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 기업 엔컴퓨팅 송영길 사장은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 “현지인과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는 공통 주제가 없다면 비즈니스는 시작부터 어렵다”면서 예를 들어 “우선 편한 한국인들끼리 모여 골프만 치지 말고, 미국인이 열광하는 ‘슈퍼볼’ 경기를 보며 같이 환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만큼 현지인과 동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최근에 만난 윤은석 댐코 사장은 자신의 성공비결을 이렇게 얘기했다. 그는 최근 이탈리아와 이란에 IC카드 유무선 결제 단말기를 3년간 총 2860만달러 수출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비록 IC카드 단말기 시장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지만 이미 10여년 전에 로마에 대원유로파라는 현지법인을 만들어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연구해 왔습니다. 특히 아주 극소수만 한국인을 파견하고 철저히 현지인을 채용해 마케팅을 전적으로 맡겼습니다.”
윤 사장은 “한국인이 아무리 영어나 현지어를 잘한다 하더라도 현지인과 협상 때는 같은 현지인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기술력과 마케팅은 이제는 기본인 시대로 철저한 준비를 기반으로 한 현지 시장 공략이 앞으로의 비즈니스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삼성경제연구소가 SERI 회원 413명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 최고경영자들이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고사성어 톱10’ 중 여덟 번째로 절차탁마(切磋琢磨,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후 앞으로 나아감)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개인이나 기업에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준다.
홍승모부장 sm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