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그의 리더십이 부럽다

[데스크라인]그의 리더십이 부럽다

  ‘굴을 깊이 파고, 도처에 식량을 비축하며, 패권을 부르짖지 않는다(探알洞, 廣積粮, 不稱覇)’

 중국의 마오쩌둥 주석이 1972년 밝힌 정치적 선동구호다. 1969년 3월의 진보도(珍寶島)사건으로 옛 소련과의 긴장관계가 악화되면서 전쟁에 대비할 것을 호소하며 한 말이다. 이 말에는 전시를 준비하는 것 외에 중화인민공화국은 결코 초강대국이 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도 들어 있다. 하지만 36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초강대국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을 열흘도 채 안 남겨두고 알리바바닷컴의 CEO인 마윈이 이 문구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것도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다. 물론 ‘패권을 부르짖지 않는다’는 말은 없었다. 그는 편지에서 “전 세계 경제의 겨울은 점점 더 다가오고 있고, 봄이 다시 올 때를 대비해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오 주석의 결의처럼 옛 소련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마윈이 느낀 경제는 이미 전쟁에 들어섰다. 그러나 ‘혹한의 겨울을 나야 한다(過冬)’는 그의 살벌한 충고 뒤에는 ‘함께’라는 말이 몇 번씩 숨어 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후발업체의 도전에 대해 수성(守城)에 들어간 업체다. 인텔, 레노버 등 세계적인 기업과 함께 연맹을 맺고 일부 온라인 전담 판매를 맡는 등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순익은 전년 대비 340% 성장한 9억6780만위안(약 1377억원)에 달했다. 일본 진출도 순조롭다. 타오바오 등 내로라하는 기업도 거느리고 있다. 누가 봐도 아쉬울 게 없는 글로벌 기업이다.

탄탄대로를 걷는 알리바바가 느닷없는 경고의 메시지와 함께 중소기업과 고락을 같이하겠다고 나섰다. 마윈은 알리바바의 성장 동력이 돼준 중소기업을 보호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자인하고 먼저 나선 것이다. 불황에 가장 취약한 약자가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중국 내에서 1200개업체가 문을 닫았다. 저장성 내에서만 손실을 본 기업이 1만700개로 전체의 19.6%에 달했다. 그래서 그가 발 벗고 나섰다. 추운 겨울을 같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나눠먹으며 월동하자는 것이다. 물론 조건은 있다. 알리바바의 향후 10년 발전계획에 동참해 함께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봄날을 기다리며 언 손을 서로 녹여가자고 그는 편지에서 밝혔다.

편지 어디를 봐도 ‘상생’이란 말은 없다. 당연한 의무고 사명이란 말뿐이다. ‘생기만 있으면 천하에 어려울 것이 없다’는 말로 오히려 곤란에 처한 중소기업들을 위로했다. 마윈의 불황에 대한 전쟁 준비는 사기를 북돋우는 강력한 리더십에서 시작되고 싸움에 나갈 장수도, 무기도, 군량도 모두 중소기업으로 중무장했다.

공교롭게도 마윈의 편지가 개봉되기 하루 전 중국 항저우에서는 그의 동상건립 계획이 발표됐다. 항저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상건립에 나선 것이다. 동상이 건립된다면 중국 내 공공장소에 업계인물의 동상이 세워지기는 처음이다. 게다가 현존 인물이다.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에서 일부 반발이 예상되지만 항저우 시민들, 특히 젊은층의 열렬한 지지로 무난히 건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의 동상건립 주장은 ‘본받아야 할 선구자적 리더십’이다.

이경우부장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