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인터넷 세상, 성역인가

[데스크라인]인터넷 세상, 성역인가

 인터넷 세상은 현실과 다른가, 아니면 성역인가.

 지금 한창 뜨거워지고 있는 인터넷 규제 논쟁을 지켜보면서 드는 의문이다. 규제론자와 반대론자 간에 벌어지고 있는 주장은 이 두 가지로 집약된다. 물론 그 중심에는 정부와 여당, 야당과 네티즌이 있다.

 규제론자든 반대론자든 인터넷이 현실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래서 규제론자는 기존의 법으로는 부작용을 막기 힘들다고 본다. 그냥 놔두면 개인의 신성한 인권과 사회정의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라 걱정한다. 강력한 새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결론이다.

 반대론자 중 한 부류는 인터넷이 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규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규제가 필요없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체념 쪽에 가깝다. 실제로 헤아릴 수조차 없이 수많은 정보가 흘러다니는 인터넷을 규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또 다른 반대론자는 아예 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인터넷이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의 이상향이자 불가침한 성역이라 생각한다.

 인터넷은 현실과 그렇게 다르지도, 불가침한 성역도 아니다. 그저 기술의 진보로 얻어낸 인류의 새 문명일 따름이다. 수백년 전에 발명됐던 금속 인쇄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금속 인쇄술의 발달은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그리고 프랑스 대혁명,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자유 민주주의도 기실 인쇄술 덕이 크다.

 인터넷은 인쇄술보다 더 급속하고 큰 변화, 정보화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은 정보화가 한창 무르익고 있는 시점이다. 현실과는 매우 다른, 마치 성역처럼 여겨지던 인터넷은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 한때 인터넷이 냅스터와 소리바다로 상징되는 때가 있었다. 현실과 전혀 다른 제도와 질서를 지닌 세상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무료 서비스와 저작권 침해는 사이버 세상 사람들의 당연한 권리처럼 여겨졌다. 서비스 유료화는 기본권을 말살하는 전제적 처사로, 저작권 보호는 신성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제로 치부됐다.

 시간이 흐름 지금, 인터넷 서비스의 유료화는 기본권 침해가 아닌 시장의 원리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귀착됐다. 인터넷상에서도 저작권은 당연히 보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다시 이와 유사한 인터넷실명제, 인터넷 게시물 삭제 의무화, 사이버 모욕죄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보편타당한 우리의 질서 속으로 자연스레 편입될 문제일 뿐이다. 익히 예상도 가능하다.

 기존의 매체들, 예를 들어 신문들이 실명제를 지키는 것은 법으로 강제되기 때문이 아니다. 언론의 정화를 위한 자율 규제 때문이다. 인터넷이라고 해서 실명제를 강제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게시물 삭제는 현재의 언론처럼 정해진 법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도 문제는 없지 않지만 이보다 더 타당한 대안이 마땅치 않다. 명예훼손이 아닌 모욕죄는 법리상으로도 무리한 발상이다.

 하지만 반대보다 반성이 앞서야 한다. 부끄러워 해야 한다. 인터넷이 가장 발달했다는 한국에서 이런 시대착오적 논란이 불거진 것을. 누가, 왜, 인터넷을 예방해야 할, 퇴치해야 할 무서운 질병처럼 여기도록 만들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쩌다 정화시켜야 할 더러운 세상으로 만들었는지 곱씹어 보아야 한다.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