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베이징 올림픽과 동북공정

[데스크라인] 베이징 올림픽과 동북공정

 “선배, 올림픽 메달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 역사가 도둑맞고 있어요. 한국 정부가 넋놓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기자를 하다 그만두고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후배의 다급한 전화였다.

 중국 전역이 지구촌의 축제인 올림픽 열기로 뜨겁다. 중국은 지난 2001년 올림픽 유치 후 준비에 국가의 온 정력을 다 쏟아부었으며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그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높아진 중화민족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홍보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각국 선수단과 관광객들이 속속 베이징으로 몰려오던 지난 3일 베이징으로부터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의 지린성에서는 창바이산(백두산)공항 개항식이 열렸다. 베이징 올림픽에 가려 이 소식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초 이달 1일로 예정됐던 개항식은 기상 악화로 이틀이 늦춰졌는데 지방공항 개항식인데도 불구하고 중국 국가 서열 5위인 리창춘 정치국 상무위원이 이례적으로 참석했다고 한다. 리창춘의 참석은 중국 정부가 창바이산공항 개항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창바이산공항 개항을 계기로 백두산을 관광 자원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밝힌 중국의 한국 역사문화 관광자원화 전략에 따르면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1차 5개년 계획(2006∼2010년) 기간 동안 지린성은 세계 문화유산 지안 고구려 유적과 중국 명산 창바이산을 활용한 관광산업 발전을 중점사업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투입되는 자금만도 무려 753억위안으로 약 11조1900억원에 달한다.

 백두산은 한민족의 영산이다. 애국가 첫 소절에 나오듯 우리 민족의 뿌리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지난 2002년 시작한 동북공정을 마무리하며 백두산을 중국의 명산으로 탈바꿈시켜 한민족의 얼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특히 동북공정은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 우리의 선조국가를 과거 중국의 변방국가로 규정,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당시 유적의 진정한 의미는 왜곡되고 이것이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그릇된 정보로 전달된다. 중국 정부는 동북공정을 티베트를 강점한 서남공정과 신장 위구르 지역을 자치구로 편입한 서북공정의 연장 선상에서 추진하고 있다.

 결국 억지는 화를 불렀다.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3월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승려들이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는 결국 유혈사태로 이어졌고 이어 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4일에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 16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심지어 올림픽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10일에도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폭탄 테러가 이어졌다. 중국 공안은 범인들이 위구르족의 독립을 추구하는 테러단체 요원들이었다고 밝혔다. 물론 티베트·위구르와 우리는 처지가 다르다. 그들이 무력으로 의사를 표시했다면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은 얼마든지 외교 채널을 이용해 중국 정부에 시정을 요구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지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일본의 독도 도발은 우리가 처음부터 따끔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문제다. 동북공정도 정부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 ‘제2의 독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베이징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의 승전보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하지만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중국 변방에서는 소리 없이 우리 역사 말살이 진행된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대응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경각심이 필요할 때다.

  홍승모 부장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