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린(Green) 경제다. 이명박(MB) 대통령이 건국 60주년을 맞아 양극화와 일자리 부족 등 경제위기를 돌파할 카드로 ‘녹생성장’을 꺼내들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것이다.
MB는 녹색성장을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어낼 미래전략으로 설명하면서 다음 세대가 10년, 20년 먹을 거리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녹색기술 연구개발(R&D) 투자를 두 배 이상 늘리는 등 대거 투자에 나서 에너지 자주개발 비율을 임기 중 18%, 2050년에는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신재생에너지 사용률도 현재의 2%에서 2013년 11%, 2050년께는 2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로는 북극해와 남극에 대한 탐사, 그린홈 100만호 프로젝트, 새 그린에너지 개발 등을 추진하는 한편 친환경 고효율 ‘그린카’도 세계 4위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산업계는 기대 일색이다. 세계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베이징 올림픽의 휴유증이 가시화되고 있는 와중에서 정부가 새 성장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가 빠졌다. 지나치게 미래 비전에만 집착했다. 대표적인 게 소프트웨어(SW)다. SW를 포함한 IT는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나노공학(NT), 생명공학(BT), 유전공학(GT), 환경공학(ET), 우주공학(ST), 문화콘텐츠(CT) 등 미래 성장산업의 기반이다.
IT가 없는 미래 성장산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IT의 주축은 SW다. 조선·자동차·항공기·휴대폰 등 우리의 대표 산업을 지탱하는 힘이 바로 SW다.
SW는 특히 산업의 특성상 중소기업의 몫이 크다. 일자리 창출과 고용문제 해결에도 적격인 산업이다. 녹색성장을 주도할 기반 기술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의 SW는 이제 출발점이다. 그나마 정부 육성책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벌써부터 SW R&D 투자를 대폭 줄이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녹색기술 R&D 투자는 대폭 늘리겠다고 하면서 기반 기술이 되는 SW R&D 투자는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IT 강국의 꼬리표에 자만해서인가, 아니면 전 정권의 대표 브랜드여서 그런 것인가. 내년 정부 예산 운용 방침만 봐도 그렇다. 정부 예산 중 IT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보화 예산은 감축 1순위다. 일부 부처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정보화 부문 예산을 절반 이상 줄이라는 지시까지 내렸다는 소식이 들린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예산 절감 정책이 큰 방향은 맞지만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고 있는지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있는데, 정부마저 돈을 풀지 않으니 경기의 선순환 구조가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운하용 예산절감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운하로 건설경기를 살리고 내수를 진작하자는 여당 내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 이를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코리아에 이은 ‘그린코리아’의 미래비전은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경기의 불확실성과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미래비전을 갖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문제는 현재가 빠졌다는 것이다. 녹색성장이 미래비전이라면 IT는 현재이자 미래다. 녹색성장은 그래서 현재의 먹거리를 소홀히 한 채 미래만 포장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MB정부가 내달 내놓을 100대 프로젝트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100대 프로젝트에 SW를 포함한 IT 관련 프로젝트가 다수 포함되기 바란다면 무리일까.
박승정 정보미디어부장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