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명분없은 日의 D램 상계관세

 EU에 이어 미국 정부도 하이닉스반도체의 한국산 D램에 물려온 상계관세를 완전 철폐했다. 이제 하이닉스는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상계관세 없이 D램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상계관세라는 지긋지긋한 족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몸이 된 셈이다.

 이제 남은 건 아직까지 하이닉스의 한국산 D램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일본뿐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6년 하이닉스의 한국산 D램에 27.2%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하이닉스가 재무상황 개선을 위해 지난 2001년과 2002년에 실시한 채무재조정을 보조금으로 판단하고 취한 조치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해 12월 일본 정부가 하이닉스에 부과하고 있는 상계관세 조치가 WTO 보조금 협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최종 판정했다.

 WTO 최종 보고서는 하이닉스의 2001년 채무재조정은 일본 정부의 상계관세 부과 시점인 2006년에 이미 5년 상각기간이 만료돼 보조금 효과가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잘못 부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본 정부가 상계관세 부과의 또 다른 근거로 삼고 있는 2002년 채무재조정도 참여 금융기관들의 상업적 판단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보조금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설사 WTO의 판정이 없었다 하더라도 5년이 훨씬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보조금 효력이 소멸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상계관세 조치 유지는 적절치 못하다는 게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사실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 조치는 지난 2002년 미국 업계의 청원에 따라 미국 정부가 조사를 시작함에 따라 EU가 공동보조를 취하는 형태로 전개됐고 일본도 뒤늦게 합류했다. 그런데 동일한 사안에 동일한 기간을 적용, 하이닉스에 상계관세를 부과한 EU와 미국이 보조금 효력이 소멸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상계관세 조치를 철폐한 상황이고 보니 일본만 모습이 우습게 됐다. 명분도 잃고 동반자도 없는 외로운 처지가 된 것이다. WTO가 작년 최종 판정 이후 일본 정부에 상계관세 시정조치를 권고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상계관세 철폐의사를 밝히는 데 주저하다가 지난 22일엔 상계관세를 9.1%로 낮추기로 했다고 한다. 잊을 만하면 들고 나오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심리나 매한가지다. 일본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새삼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국제사회는 내달 1일 WTO 패소에 따른 이행결과를 발표할 일본 정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EU처럼 상계관세 조치를 철폐할지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미국과 EU의 철폐 결정과 WTO의 명확한 판정에도 불구하고 내달 1일 최종결정에서 일본 정부가 하이닉스에 상계관세 조치를 유지하면 한국 정부는 WTO 절차에 따라 일본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은 WTO 자유무역 체제의 최대 수혜자면서 막대한 대한 무역 흑자를 향유하고 있다. WTO 회원국인만큼 의무를 성실히 준수하고 나아가 한일 양국 간 상호 발전적 경제협력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현명한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명분 없는 하이닉스 D램 상계관세 문제로 인해 국가 간 무역분쟁으로 비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