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베이징 올림픽에서 배울 것은

[데스크라인]베이징 올림픽에서 배울 것은

 베이징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17일 동안 한여름밤 무더위를 잊게 해주었던 황홀한 드라마였다. 특히 우리에게는 더 그랬다. 박태환과 장미란에게 흥분했고, 전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야구에서 절정을 맛보았다. 양궁 개인전에서는 아쉬움을, 투혼의 유도·역도·핸드볼에서는 진한 감동을 느꼈다. 중국인의 일방적인 안티 응원과 심판의 불리한 판정에는 분노를 삼켜야 했다.

 통쾌함과 짜릿함도 그 어느 때보다 더했다.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눈엣가시가 된 일본을 당당히 눌렀다. 우리는 사상 최대인 13개의 금메달과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로 일본을 누르고 종합 순위 7위를 차지했다. 메달 수만이 아니다. 자존심이 걸린 야구에서 멋들어진 승리를 했다.

 베이징 올림픽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중·일 스포츠 경쟁은 중국의 완승, 우리의 신승, 일본의 완패다. 중국의 부상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금메달 수에서 중국은 51개로 미국의 36개를 압도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100년이나 기다려왔다는 중국이 보여준 것은 금메달 수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개막식부터 폐막식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세계의 중심임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글자와 종이를 소재로 한 개막식 공연에서 ‘유구한 역사와 문명의 우수성’을 한껏 과시했다. 후진타오가 널찍한 상석에 앉아 있는 동안 각국 정상들은 일반석이나 다름없는 비좁은 좌석에서 개막식에 참관해야 했다. 모든 빛이 중국으로 모여드는 폐막식 공연의 영상은 ‘세계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나’임을 각인시켜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강소(强小)의 힘도 실감케 해주었다. 우리가 일본에 힘겹게나마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강소의 위력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은 우리가 넘볼 수조차 없다. 중국과 어깨를 겨루는 강국이다. 하지만 세계 무대인 올림픽에서는 달랐다. 우리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도 최강인 종목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본은 아시아에서는 1등을 할 수 있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종목이 많았다.

 시장을 무대로 하는 경제 전쟁도 올림픽 경기와 다를 바 없다. 아니,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심판의 손보다 더 냉혹하다. 올림픽에서야 금메달이 아니면 은메달이라도 목에 걸 수 있다. 냉정한 시장 경쟁에서는 1등이 전부를 거머쥔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인 게임이다.

 안타깝게도 올림픽이 아닌 경제 무대에서는 우리의 처지가 정반대다. UN 통계를 보면 우리가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품목은 2005년 기준 59개로 17위에 불과하다. 중국은 958개로 독일과 미국을 제치고 단연 1위다. 일본은 280개로 이탈리아 다음인 5위다. 중국은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독보적인 선두지만 우리는 일본에 한참 뒤처져 있다.

 물론 이 통계는 부가가치가 아니라 단순히 1등 품목 수만을 따진 것이다. 그렇다고 절대 평가절하해서는 안된다.

 올림픽 역사만 보더라도 국가별 금메달 수에는 큰 변화가 없다. 국력신장과 더불어 종목만 후진국형에서 선진국형으로 바뀔 뿐이다. 우리가 박태환에 열광하는 것은 동양인은 안된다는 선진국형 종목, 수영 자유형이기 때문이다. 시장 경쟁도 마찬가지다. 1등 품목이 많아야만 부가가치가 더 높은 품목으로 갈아탈 수 있다. 올림픽의 경험을 거울삼아 우리의 눈을 세계 시장으로 돌려야 할 때다.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