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는 과학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데 진정한 과학기술자가 있으면 자원이 많은 나라보다 더 잘살 수 있다.”
지난달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밝힌 말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과학국가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청와대 직속 과학자문기구를 통해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말처럼 미래가 과학에 달려 있다면 과학의 미래는 자라나는 청소년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이 과학영재를 키워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등 영재교육 대상자 비율은 주요 국가에 비해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전체 교육 대상자의 0.59%로 영국·이스라엘 5%에 훨씬 못 미칠 뿐 아니라 싱가포르·러시아의 1%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이날 교육과학기술부는 세계적 과학기술 인재 양성 및 활용 정책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5년간 과학영재 발굴·양성 체계화, 해외 우수 과학기술 인력 유치 및 활용 촉진 등 6대 과제를 중점 추진한다. 지난달 28일에는 후속조치로 영재교육 활성화 방안을 수립, 연구·실험 중심의 과학영재학교를 4개까지 확대하는 한편,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를 KAIST 부설학교로 지정하기로 했다. 또 영재교육 저변 확대를 위해 영재학급, 영재교육원 등 영재교육기관을 점진적으로 늘려 궁극적으로는 전체 초·중·고생의 1%인 약 7만명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한때 이건희 회장의 “한 명의 인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인재론이 화젯거리가 된 적이 있다. 그만큼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지금 선진국들은 국가 차원의 다양한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영재교육은 획일성을 지향하고 주 정부마다 특색 있는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현재 미국 52개 주 가운데 32개 주에서 영재교육 실시를 의무화하고 있고 10개 주는 특수교육의 일부로 진행 중이다.
전 세계에서 인적자원을 가장 중요시하는 이스라엘은 상위 1∼15% 이내에 드는 영재들을 대상으로 특별학교에 가서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듣는 영재 심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으며 정규학교에서도 상위 1%의 영재를 선발, 교육하고 있다. 독일은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특히 수학과 과학영재 심화과정은 각국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 수립 후 60년간 한국은 다방면에서 전 세계가 놀랄 만한 많은 업적을 이루어 왔다. 단기간의 경제성장은 말할 것도 없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배출과 아시아 두 번째의 여성 우주인 이소연 박사도 있었다. 또 얼마 전에 끝난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인구나 경제력에서 우리보다 앞선 많은 나라를 제치고 종합순위 7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이 이루지 못한 몇 가지 중의 하나가 바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일 것이다. 많은 과학자가 우리나라에서 10년 안에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와 과학영재의 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초과학투자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올 수 없다. 인내심을 갖고 국가가 주도해 이루어야 한다. 과학영재도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 많은 영재가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교과부의 여러 정책 중 과학영재 양성은 교육과 과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무쪼록 새로 취임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재임기간 중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장관이 되도록 하겠다”는 말이 이 구두선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홍승모 경제교육부장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