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그린과 IT에 더 과감해야

 7개월 전 MB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국민들은 이제서야 제대로된 경제대통령을 만났다고 환호했다.

 양극화, 고용없는 성장에 찌들린 국민들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그만큼 염원했기 때문이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시대적 요구요, MB정부의 사명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MB정부 이후 나타난 양상은 안타깝게도 정책의 혼란, 국민들의 실망이 대부분이었다. 한반도 대운하 논란이 시발점이었다면 쇠고기 파동, 그로 인한 길고 긴 촛불집회는 그 정점이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집권 초기에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힌 일은 없었다.

 문제의 근원은 시대적 사명을 수행할 싱크탱크에 문제가 있었던 듯 하다. 아직 공식적인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정부조직 개편도 MB정부 초기 혼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업무의 연속성에 커다란 공백이 생겼고 개편된 조직간의 역할 정립에도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MB의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만이 유일한 정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정권초기 정책 혼란과 국민들의 저항은 성장의 한 축이자 씽크탱크였던 관료들의 힘이 미칠 여지가 그만큼 없었던 것도 한 요인이다. 

 MB는 양극화와 고용없는 성장의 근원이 사람의 힘 대신 기계의 힘을 빌리는 첨단 IT산업에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한반도 대운하도 이 같은 MB의 생각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토목공사만큼 사람을 필요로하는 산업은 없다.

 국민들은 실망했다. 국민들의 눈높이나 시대적 과제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자리가 없어도 3D를 기피하고 있는 게 오늘의 젊은이들이다. 일자리만이 아니라 질높은 일자리를 국민들은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70년대 조선과 자동차, 전자산업에 씨앗을 뿌리면서 지금껏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은 이미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섰다. 휴대폰은 최대 수출 품목으로 올라서는 기염도 토했다. 선진국들만 할수 있다는 자동차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호투 중이다. IT를 중심으로 하는 이들 주력 수출 산업이 일본과 중국의 연합전선에 위협받고 있는 게 오늘의 현주소다. 이를 극복하는 게 발등의 불이다.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 지난 정권들은 시급한 과제 해결에 혈을 기울였다. IT벤처 육성, IT839, 신성장동력 육성정책 등이 그것이다.

 적지않은 시행착오 끝에 MB정부가 이제서야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녹색 성장과 뉴IT 전략이라는 정책 카드를 꺼내들었다. 질높은 일자리, 신성장동력 발굴과 육성, 친환경을 지고의 선으로 하는 시대적 가치에 부합해가는 모양새다. MB의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보다 지식경제부 등 노련한 관료들의 철학과 전략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MB정부가 들어서면서 IT가 찬밥이 되었다는 우려와 푸념이 높아졌던 것도 사실이다. 아마 착시현상일 것이다. 녹색성장 정책은 발전된 IT기술을 기반으로 삼고 있으며 뉴IT전략에는 위협받고 있는 IT산업을 일구려는 생각이 베어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MB는 이미 7개월이라는 기간을 허비한 데다 대외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고유가에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어렵사리 제자리를 잡은 MB정부의 산업정책이 하루빨리 꽂을 피우기 위해서는 더 속도를 내야 한다. MB의 밀어붙이기가 진짜 필요한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