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잊혀져가는 ‘코비-래비’

 에트로(ETRO), 웨버(Weber), 로미(ROMI), 코비(KOBIE), 래비(RABIE), 포미(POMI)의 공통점은?

 장난감 인형 이름처럼 들리지만, 사실 지금은 잊혀져가고 있는 ETRI 개발 로봇들의 이름이다.

 과거 정통부 시절 ETRI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로봇(URC) 연구에 공을 들이며, IT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로봇을 개발해왔다. 그러나 ETRI가 기술 개발의 총대를 멨던 ‘1가구 1로봇’ ‘100만원대 국민로봇’ 정책은 열매를 맺기도 전 부처 통폐합의 와중에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이유야 많겠지만 IT융합 로봇기술의 중요성과 업적을 간과한 로봇정책이 주원인이다.

 네트워크가 강하고 통신환경이 좋은 이점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지능형 로봇 연구는 한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뉴질랜드로부터 로봇 공동개발 러브콜을 받은 것도 좋은 사례다. 뉴질랜드의 노년층을 타깃으로 농업부문이나 의료 등의 서비스에 로봇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지난 2005년부터는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견마형 로봇사업을 수행 중이다. 향후 휴전선 철책을 로봇이 지키고 병사들과 함께 산악구보도 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이 목표다.

 물론 일부에서는 국내 로봇산업 시장이 벤처기업 위주의 열악한 환경인데다 서비스 로봇 관련 국가 프로젝트라고 해봐야 ‘청소용 로봇’ 정도인데 뉴질랜드가 ETRI에 손을 내민 것을 의아해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출연연구기관에서는 ETRI가 지난 2006년 말, 뉴질랜드 과학기술연구재단(FRST)과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디지털 영상, 지능형 로봇 등 IT 분야에서 연구개발(R&D) 협력을 위한 기관 간 MOU를 이미 교환해 놓고, R&D에 올인해 왔다. 지난 6월 개최된 OECD 장관회의에서도 뉴질랜드 투자청이 ETRI와 의료용 로봇, 실버 로봇 등에 관해 공동협력 및 펀딩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제안한 바 있다.

 ETRI 한 연구원의 “로봇은 기술만 뛰어나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정밀기계·전자공학·정보통신·전산학 등 많은 학문과 기술이 집약된 그야말로 통합기술이다. 그렇기에 기반이 강하고 손재주가 좋은 우리나라가 바로 적격”이라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기술개발 단계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상용화로 나갈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ETRI 내에 로봇연구단이 들어선 지도 채 5년밖에 되지 않았고, 투자는 4년간 진행됐다. 국민로봇사업은 만 2년 만에 성과가 없다고 접었다. 국내 업계는 지금 와서 로봇산업의 서비스 모델 발굴로 호들갑이다. 간호로봇, 심부름로봇, 미래도시형 로봇서비스, 안내·패트롤 로봇, 로봇단지, 로봇랜드, 방범로봇, 청소용로봇, 애완용로봇, 감성로봇, 서비스로봇, 지능형로봇, 재난방재로봇, 생활서비스 로봇, 빌딩서비스 로봇 등 셀 수 없이 많은 유형이 연구 중이거나 실험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이제는 대기업까지 돈이 된다고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로봇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차제에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R&D 지원체계 마련과 창구 단일화, 로봇산업 육성 방안의 개정, 분산된 연구역량의 집중과 중복투자 배제 등을 거쳐 해체됐지만 과거 ‘국민로봇사업단’처럼 산·학·연·관이 똘똘 뭉쳐 시너지 효과를 낼 정책적인 대안이 아쉽기만 하다.

 

전국취재팀장=박희범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