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특구를 관장하고 있는 특구본부 이사장 선임이 우여곡절 끝에 조만간 결판날 모양이다.
지난 7월 첫 공모 때 정치권 낙하산 인사 잡음 등이 일자 대덕특구본부 측이 3배수 발표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재공모를 결정했던 사안이다. 재공모를 결정했던 대덕특구본부 인사 추천위원회는 서치 커미티(후보자발굴위원회)를 가동해 ‘월급을 더 많이 주더라도’ 국내 최고의 R&D 인프라가 집적된 대덕특구의 위상에 걸맞은 인물을 추천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훌륭한 사람’ 찾기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지식경제부와 대덕특구본부 측은 재공모에 들어가며 대덕특구본부 이사장 자격으로 네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그 첫째가 정부출연연구기관과의 교감이다. 최소한 근무 경력은 아니어도 적은 두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조건이 정부, 특히 지식경제부와 긴밀한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연관성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세 번째 조건은 벤처기업 등 유관기관과의 의사소통 능력을 따져보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기술경영을 해본 경험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덧붙여 글로벌 능력까지 겸하면 금상첨화라는 언급도 나왔다.
그런데 또 걱정이다. 공직자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번지고 있다. 공직자가 싫다는 것이 아니라 능력 여부를 따져보자는 얘기다. 대덕특구본부 이사장 재공모에는 총 11명이 지원했다. 3배수도 최근 확정됐다. 그러나 대덕특구 측은 첫 공모 때와는 달리 지원자를 아예 공개하지 않아 지원 인물 면면을 검증할 방법을 모두 봉쇄해 버렸다. 통상 정부 산하기관들이 해오던 3배수 발표도 하지 않아 소문만 무성하게 만들어 놓고 진행하고 있다.
일단 최종 이사장 후보가 발표되면 그 인사 자체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기에 서둘러 진행 중이라는 설도 있다. 그래서 기관 측이 몰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거의 ‘막가파식’ 소문까지 나돈다. 모두가 진행절차를 투명하게 하지 않은 탓이다.
‘훌륭한’ 사람 발굴에 나섰던 서치 커미티도 입을 봉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측이 글로벌 경제난으로 인해 임금인상을 막아 좋은 인력 발굴 자체가 제한적이었고, 이에 따라 마땅히 추천할 사람이 없었다는 변명이 우회적으로 들려온다. 공개하지 못할 만큼 켕기는 것이 있는지 한 추천위원은 대덕특구 측에 물어보라는 말만 녹음기처럼 되풀이했다. 물론 이 방침에는 공개 시의 부작용을 우려했을 것이다.
연구원의 말 한마디가 가슴에 와닿는다.
“대덕특구본부는 연말 국제논문 등재와 특허출원의 마지막 정리로 일손이 달려 허둥대며 실험실에서 고군분투 중인데, 한쪽에서는 3배수까지 뽑았다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공모하고 또 툭 하면 일정 연기하고,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최근 유행하는 개그로 이번 일을 비유하자면 이 정도 될 듯하다. “난, 절차에 따라 인선했을 뿐이고… 난, 내 마음대로 사람을 내려보냈을 뿐이고.”
고사성어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도리어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어지간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