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절실한 때

[데스크 라인]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절실한 때

 지난해 5월 13일 중국 전역에서는 한때 국민배우로 사랑받던 한 여배우의 죽음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42세로 병명이 유방암이었던 천샤오쉬. 지난 1987년 TV드라마 홍루몽의 여주인공 ‘린 다이위’역을 맡아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여인이다. 그는 갑작스러운 성공으로 크게 방황했고 결국 재산을 다 쓴 뒤 죽겠다는 심정으로 산 주식이 폭등하는 바람에 오히려 큰 부자가 됐으며 이후 결혼도 했다. 남편과 함께 광고회사를 세워 3년 만에 우리 돈 240억원의 거금을 모았다. 그러나 불교에 심취한 그는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후 머리를 깎고 절로 들어갔다. 그는 평소 “물질과 부가 인생에 진정한 즐거움을 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지난달 15일 숨진 대만 2위의 갑부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왕융칭 대만플라스틱그룹 회장의 편지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그는 편지에서 “모두가 부를 바라지만 태어날 때 이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으며 누구도 떠날 때 가지고 떠날 수 없다”며 “모으는 재산은 다르지만 세상과 작별할 때 재산도 모두 사회로 돌아가는 것은 예외가 없다”고 강조했다. 흔히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한다. 누구든지 흙으로 돌아갈 때 빈손으로 간다는 말이다.

 요즘 경제가 말이 아니다.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기업이 만든 물건은 팔리지도 않고 은행에서 돈 빌리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니 재투자는 감히 꿈도 못 꾸고, 있는 직원까지 잘라내야 하는 형국이다. 통계청은 지난달 신규 일자리가 3년 8개월 만에 최저인 10만개를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모두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은 단순히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넘어 기업과 국민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하나의 증거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실현은 보편화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한국에서 이윤만 뽑아가고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국내 지사들에는 뼈 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때 미국의 통신장비 업체의 한국지사에서 장학금 수천만원을 내놓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얼마 전 만난 이근영 익스트림네트웍스코리아 사장은 “불황기에도 우리 회사의 매출은 꾸준히 늘어 한국 사회에 기여할 일을 찾던 끝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공계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는 한국지사에서 장학금을 지급하지만 한국 진출 10년이 되는 내년에는 본사와 협의, 지급액을 늘려 장차 2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1년 매출이 약 600억원 규모인 익스트림네트웍스코리아를 이끄는 이 사장의 이런 결정은 한 해 매출이 수천억원인 다른 거대 다국적기업 국내 지사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하나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개한 지난 10년간 개인 기부자 순위를 보면 1위는 익명의 기부자(나중 영화배우 문근영으로 밝혀짐), 2위 홍명보 축구대표팀 코치, 3위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5위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그 면면을 보면 타고난 부자는 없으며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자수성가한 이들이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존경받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부자여서가 아니라 사회 지도층으로서 도덕적 책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했기 때문일 것이다.

 

홍승모 경제교육부장 smhong@